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클래식 단상 67

힘은 보태되, 자리를 탐하지는 않아야

오늘은 한식(寒食)이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예전에는 한식이 설, 추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였으며, 이 때가 되면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이사를 하거나 묘를 이장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그럼에도 한식에는 조상의 산소를 찾아 떼를 다듬고성묘를 하려는 사람들로 공원묘지 주변은 교통이 혼잡해진다. 한식에는 예로부터 불의 사용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이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많은 사람들은 기원전 7세기경 고대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과 그의 신하 개자추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믿고 있다. '거지왕'으로도 불린 진 문공은 19년 동안 외국을떠돌아 다니는 유랑생활 끝에 예순이 넘은 나이에왕..

클래식 단상 2025.04.05

결국엔 사람이다

훌륭한 목수는 좋은 연장을 쓴다.좋은 인재는 조직의 미래이자 경쟁력이다. 조직의 성패는 결국 능력 있는 인재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같이 일 할 유능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동양의 정치가들은 지인선용(知人善用), 사람을 제대로 알아 보고 잘 쓰기 위해 노력했다. 一沐三捉 一飯三吐 (일목삼착 일반삼토)주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은 주공은 머리를 감다가도 인재가 찾아오면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지고 나가서 그를 맞았고, 한 끼 밥을 먹다가도 인재가 찾아오면 세 번이나 씹던 밥을 뱉어내고 그를 만났다. 疑人勿用 用人勿疑 (의인물용 용인물의)공자는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를 말고, 일단 썼으면 의심하지 말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클래식 단상 2025.04.01

궁(窮)하면 통(通)한다

君子固窮, 小人窮濫 (군자고궁, 소인궁람)군자는 어려울수록 단단해지고, 소인은 어려워지면 포기하고 넘친다. 정약용과 김정희는 귀양을 간 유배지에서 자신의 학문을 완성했고, 베토벤은 청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합창 교향곡을 작곡했다. 이들은 삶의 고난과 시련 앞에서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인생의 소중한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 대나무는 뿌리로 번식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꽃이 안 피지만, 뿌리 번식이 불가능해지면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의 꽃을 피워 종자를 맺은 다음 말라 죽는다. 동양란은 물과 영양이 부족하면 풍성하고 화려한 꽃을 피우고, 소나무는 환경이 열악해지면 솔방울을 많이 맺는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감지하는 순간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생존이 위태로워질 경우 사력..

클래식 단상 2025.03.27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66세의 영조 임금은 왕비 정성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새 왕비를 맞아들이기로 했다.왕비 간택 절차의 하나로 궁중 어른들 앞에서 일종의 면접시험이 진행되었는데, 왕비 후보에 오른 세 명의 규수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주어졌다. 다른 규수들은 "산이 깊다", "물이 깊다" 같은 대답을 했지만 정순왕후 김씨는 "인심(人心), 사람의 마음이 가장 깊다"고 대답하여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15세 정순왕후의 지혜로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화호화피난화골, 지인지면부지심) 호랑이를 그릴 때 겉모습은 그려도 그 속은 그릴 수 없듯, 사람을 알고 얼굴을 안다 해도 그 마음은 알 수가 없다. ..

클래식 단상 2025.03.24

신뢰를 잃으면 설 수 없다

개혁의 성공 조건은 믿음과 신뢰다.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은 기득권층의 저항과 방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개혁을 이끄는 리더의 진정성이다. 리더의 사심이 배제된 진정성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는 가장 큰 담보물이다.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정치를 하자면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足食, 足兵, 民信之矣 (족식, 족병, 민신지의)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무엇을 버려야 합니까?”“군대를 버려라.”“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식량을 버려라." "백성에게 신의를 잃으면 잠시라도 설 수 없는 것이다."..

클래식 단상 2025.03.20

강북의 탱자와 삼밭의 쑥

사람은 나쁜 환경 때문에 잘못될 수도 있고, 좋은 환경 덕에 잘 될 수도 있다.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사람들이 좋은 집안, 명문 학교, 금수저, 흙수저를 구분하고 따지는 이유일 것이다. 近朱者赤 近墨者黑 (근주자 적, 근묵자 흑)붉은 물감을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검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 사람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과 가까이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橘化爲枳 (귤화위지)강남의 귤을 강북(회수 이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 사람도 나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 나쁘게 변한다는 의미이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안영은 키가 아주 작았지만, 지혜가 뛰어났고 현실정치에 밝았으며 검소하여 백성들의 신망이 높은 명재상이었다. 초..

클래식 단상 2025.03.17

봄, 봄, 봄

며칠째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에 관심을 빼앗기고 있지만, 매화, 산수유 같은 봄의 전령사들이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남녘의 화신(花信)은 이어지고 있다. 머잖아 북상하는 꽃 소식을 서울에서도 접하게 될 것 같다. 일년의 사계가 시작되는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이다.겨우내 죽은 듯 활동을 멈췄던 생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봄은 음양오행에서 목(木)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동쪽이고, 시각으로는 아침, 색깔로는 푸른 색이다. 또한, 봄은 인생으로 보면 소년기이다.그래서 옛사람들은 궁궐을 배치할 때 세자의 거처를 동쪽에 두고, 동궁(東宮) 또는 춘궁(春宮)이라고 불렀다.이는 세자가 다음 왕위를 이어갈 떠오르는 태양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이에 비해 늙은 대비가 머무는 곳은 해가 지는 서쪽에 ..

클래식 단상 2025.03.13

법의 여신 디케와 법 앞의 평등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국민 정서는 그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돈과 권력, 전관 등에 따라 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거나 상황에 따라 법의 해석이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출정했을 때였다. 병사들에게 군량미가 될 보리밭을 밟으면 참형에 처한다고 하여 모두들 조심스럽게 행군했는데, 마침 조조가 탄 말이 산비둘기에 놀라 그만 보리밭을 밟고 말았다. 난감해진 조조는 자신이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지 집법관에게 물었고 그는 “법불가어존(法不可於尊), 법은 존귀한 사람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

클래식 단상 2025.03.13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불가근 불가원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쏘아 올릴 때는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최적의 지점에 위치해야 한다. 그 보다 조금만 더 지구에 가까워 구심력이 커지면 위성은 지구로 빨려 들어와 추락할 것이고, 반대로 조금 멀어져 원심력이 더 커지면 궤도를 이탈해 멀리 우주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철새들이 대형을 이뤄 편대비행을 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해 더 멀리 날기 위한 요령이다. 앞에 나는 새들이 날갯짓으로 상승기류를 만들면 뒤에 나는 새들은 이에 편승해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날 수 있다.새들은 효율적인 비행을 위해 최적의 위치를 찾아 수시로 자리바꿈을 하며 날아간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어 '인간(人間)'은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을 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간격이 중요하다..

클래식 단상 2025.03.10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거짓말은 심한 경우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고,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하며,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三人成虎) > 삼인성호는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호랑이가 없어도 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진실이 된다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에 인질로 가게 된 위나라 방총은 떠나기에 앞서 간신들의 모함을 우려해 왕과 이야기를 나눴다.“지금 어떤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아뢰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그 말을 어찌 믿겠는가.”“또 한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그게 사실인가 하고 반신반의하겠지.”“세 번째 사람이 와서 다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아뢴다면 믿으시겠습니까?”“세 사람이나 와서 호랑이를 보았다는데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디..

클래식 단상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