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단지 뒤편 이면도로의 이팝나무가 어느새 가지마다 하얀 꽃을 수북히 뒤집어 썼다. 마치 뜸이 잘 든 흰 쌀밥을 뿌려 놓은 듯하다. 이팝나무 꽃이 피는 입하 절기의 이 즈음은 아직 보리 수확은 멀고 지난 가을걷이 양식은 거의 떨어진 보릿고개였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절대빈곤의 긴 세월 동안 이 땅의 배고픈 백성들은 이팝나무 꽃을 바라보며 쌀밥 한 번 배불리 먹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王者以民爲天, 民以食爲天(왕자이민위천, 민이식위천)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 無恒産者 因無恒心 (무항산자 인무항심)맹자는 백성들이 물질적 토대인 항산이 없으면 도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항심도 없다고 했다. 倉凜實而知禮節, 衣食足而知榮辱(창름실이지예절, 의식족이지영욕)창고에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