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고전에서 배운다 19

고전에서 배운다 / 라틴어 세 문장

라틴어는 고대 로마에서 공용어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바티칸을 제외한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사멸된 고전 언어이다. 그러나 라틴어는 영어를 비롯한 유럽 주요 언어의 뿌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양 인문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라틴어를 공부하고 있다. 필자는 라틴어를 공부한 적은 없지만 살아오면서 제법 친숙해진 라틴어 문장들이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카르페 디엠(Carpe diem), 아모르 파티(Amor fati)가 그것들이다. 1.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의 문장이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생자필멸(生者必滅), 살아 있는 자는 반드시 ..

고전에서 배운다 / 도척(盜跖)의 개

척구폐요 (跖狗吠堯) 도척의 개는 요임금을 보고도 짖는다는 뜻으로, 개는 자기가 섬기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도척지견((盜跖之犬) 척구폐요와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인데, 자기에게 도움을 주면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맹종하는 사람을 빗댄 표현으로 종종 쓰인다. 도척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백성을 유린하고 약탈을 일삼으며, 인육으로 회를 뜰 정도로 잔인해 악명이 높았던 도둑이다. 한나라 때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에 나오는 일화이다. 초한전쟁에서 유방이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를 통일한 뒤, 개국공신의 한 사람인 한신 장군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첩보가 있었다. 유방은 즉시 한신을 체포하고, 반란을 부추긴 한신의 책사 괴통을 잡아와 "팽(烹), 삶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괴통..

고전에서 배운다 / 제갈량과 사마의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에서 전반부의 두 축이 유비와 조조라면, 이들이 죽은 뒤 소설 후반부의 흥미와 긴장감을 이어가는 두 축은 제갈량(공명)과 사마의(중달)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삼국지는 가히 제갈량 전기라고 할 만큼 제갈량 찬가로 가득하다. 소설 속 제갈량은 신출귀몰한 전략과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 혜안, 진법은 물론이고 풍수부터 천문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되어 있다. 제갈량은 촉 황제 유비와 유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활약을 하는데 반해, 사마의는 줄곧 위 황제들의 의심과 신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사마의는 조조, 조비, 조예, 조방까지 4대를 보필하면서, 손자인 사마염이 진나라를 세우고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제갈량과 사마의 두 책사를 비교할 때 사마의..

고전에서 배운다 / 깐부와 관포지교(管鮑之交)

넷플릭스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 역할을 맡았던 78세의 원로 배우 오영수가 지난 1월 한국인 최초로 골든 글로브상 TV드라마부문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은 구슬치기 게임을 하면서 자신을 속인 성기훈에게 "우린 깐부잖아."라고 말하며 마지막 구슬을 건네고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덕분에 '깐부'라는 단어가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깐부는 친한 단짝 친구, 짝꿍, 같은 편,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로만 알려져 있을 뿐 그 유래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는데, 관포지교의 관중과 포숙을 뜻하는 '관포'의 중국식 발음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 흥미를 끈다. 관중과 포숙의 사귐이라는 의미의 관포지교는 지난 2천 7백여 년 동안 친구 사이의 두터운 ..

고전에서 배운다 / 정지상의 한시 '송인(送人)' 감상

정지상은 12세기 고려 중기 인종 때의 문인이자 정치가였다. 그는 5살 때 대동강 강물 위에 노니는 오리를 보고 “누가 새 붓을 들어 강물 위에 을(乙)자를 써놓았을까? (何人把新筆 乙字寫江波, 하인파신필 을자사강파)”라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그의 대표 한시 ‘송인(送人)’도 과거에 합격하기 전 청년시절에 지은 작품이다. 정지상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과 함께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는데, 묘청의 난에 가담했다가 진압군 사령관인 김부식에게 체포되어 참살되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본래 자신의 글재주가 정지상에게 못 미치는 것에 늘 열등감을 갖고 있던 김부식이 묘청의 난을 구실로 문적(文敵)이자 정적(政敵)인 정지상을 처형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지상의 글 재주 앞에 김부식..

고전에서 배운다 / 두보의 한시 감상

두보(712년 - 770년)는 절제된 형식미와 비애의 미학을 보여준 당나라의 대표적 시인으로,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이다. 시성(詩聖)으로 불린 두보는 시선(詩仙)이라 불리던 이백과 더불어 이두(李杜)라고 합칭되기도 한다. 두보는 이백 보다 11살이 어렸지만, 거의 동시대를 살면서 교유했다. 이백이 주로 낭만적이고 호방한 시를 쓴 데 반해, 두보는 인간의 심리를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현실을 반영한 서사시와 서정시를 주로 썼다. 두보는 안녹산의 난 등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과 산하를 노래하며 역사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시를 많이 남겨 그의 시는 시사(詩史), 즉 시로 쓴 역사라 불리기도 한다. 이백이 상인 집안의 출신인데 비해, 두보는 문인 집안 출신으로, 측천무후 때의 시인이자 관료였..

고전에서 배운다 / 이백의 한시 감상

영원한 자유인 이백(701년 - 762년)은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지는 당나라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이다. 자는 태백이며, 호는 청련거사이다. 이백은 술의 신선인 주선(酒仙), 또는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라는 의미의 적선(謫仙)으로 불릴 만큼 술과 달을 좋아했으며, 그의 시에는 술과 달이 자주 등장한다. 이백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시성(詩聖) 두보는 "이백 일두 시백편(李白一斗詩百編), 이백은 술 한 말이면 시 백 편을 짓는다"며 이백의 술 실력과 시작(詩作) 능력을 칭송한 바 있다. 이백은 술을 마시고 채석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빠져 죽었으며, 죽은 뒤에는 '이백 기경 승천 (李白騎鯨昇天),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問余何事棲碧山 (..

고전에서 배운다 / 만족하는 삶

知足不辱 知止不殆 (지족불욕 지지불태)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 노자 知足者 貧賤亦樂 (지족자 빈천역락) 不知足者 富貴亦憂 (부지족자 부귀역우) 만족할 줄을 아는 사람은 빈천해도 즐겁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귀해도 근심에 빠진다. - 명심보감 안분편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의롭지 못한 부(富)와 지위를 누리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 공자 성남시 대장동에서 풍기는 돈 냄새를 맡고 몰려간 사람들은 그 돈에 파묻혀 그만 정신 줄을 놓았고 자기 몸마저 건사하기 힘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유력 대선 후보 주변으로 권력의 냄새를 맡고 몰려든 사람들은 자기 몫을 조금이라도 더 크고 확실하게 챙기기 위해 권모와 술수를 마다하지 ..

고전에서 배운다 / 최고의 킹 메이커이자 가치투자의 귀재 여불위

누구에게나 기회가 한 번은 온다. 그러나 기회가 온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과 준비가 부족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회를 잡아 성공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주어진 기회를 성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치밀한 계획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여기 우연히 찾아온 기회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고 일생일대의 투자기회로 삼아 성공한 사람이 있다. 일개 장사꾼에서 전국시대 최강대국 진(秦)나라의 2인자에 올라 파란만장한 인생 후반전을 열어간 사람이 바로 여불위이다. 여불위(기원전 292년 - 기원전 235년)는 한(韓)나라 출신으로, 열국을 돌아다니며 장사로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큰 돈을 모은 것 보다 더 위대..

고전에서 배운다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合成散敗 萬古正理 (합성산패 만고정리) 합치면 이루고 흩어지면 패한다. 이는 만고의 정한 이치이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여순 감옥에서 쓴 '동양평화론' 서문에 나오는 문장으로, 서울 남산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에 가면 돌에 새겨진 이 글을 볼 수 있다. 새삼 이 문장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얼마 전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합성산패"를 인용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당부했다는 언론보도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에 겪었던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염두에 둔 메시지인 것 같다. 해방 직후 좌우 대립의 혼란기에 이승만 대통령이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연설의 문장 또한 안중근 의사의 "합성산패"와 같은 의미라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