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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운다

고전에서 배운다 / 도척(盜跖)의 개

물아일체 2022. 3. 15. 09:02

척구폐요 (跖狗吠堯)

도척의 개는 요임금을 보고도 짖는다는 뜻으로,

개는 자기가 섬기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도척지견((之犬)

척구폐요와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인데,

자기에게 도움을 주면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맹종하는 사람을 빗댄 표현으로 종종 쓰인다.

 

도척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백성을 유린하고 약탈을

일삼으며, 인육으로 회를 뜰 정도로 잔인해 악명이

높았던 도둑이다.

 

한나라 때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에 나오는

일화이다.

초한전쟁에서 유방이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를 

통일한 뒤, 개국공신의 한 사람인 한신 장군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첩보가 있었다.

 

유방은 즉시 한신을 체포하고, 반란을 부추긴 

한신의 책사 괴통을 잡아와 "팽(), 삶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괴통이 억울하다며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도척이 기르는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보더라도 짖는다.

그것은 요임금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는 주인 아닌 사람을 보면 짖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는 한신이 있는 줄만 알았고, 

폐하 유방이 있는 줄은 몰랐다.”

 

괴통은 한신을 도척에 빗대고, 자신은 개로 비유해 

낮췄으며, 유방을 요임금에 비견되는 성군으로 높여 

말함으로써 유방의 기분을 좋게 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유방은 괴통을 용서해 방금 전에 내렸던 

팽형(烹刑)을 취소하고 "석)', 석방하라." 명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지혜로써 자신을 구한 천하제일의 책사다운 언변이다.

 

괴통은 제갈량이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한 것 

보다 3백 년이나 앞선 초한전쟁 시기에 당시 한나라

대장군이었던 한신에게 유방으로부터 독립해 항우와 

더불어 천하를 삼분할 것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의 한신이 유방을 배신할 수 없다고 

거절하는 바람에 천하삼분지계는 실현되지 못했다.

전쟁이 끝난 뒤 한신은 유방으로부터 토사구팽의

죽임을 당하게 되자 괴통의 천하삼분지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이 일화에 나오는 도척의 개가 대통령 선거를 막 끝낸

한국 정치판에 다시 소환되어 여러 언론 매체에 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김어준 유시민 등을 정리해야 민주당이 살아날 것"

이라고 말한 데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이

“도척의 개가 공자를 보고 짖는 것은 공자의 잘못도,

개의 잘못도 아니다.”라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진중권을 도척의 밥을 얻어 먹으며 아무에게나

마구 짖어대는 개로 폄하하는 한편, 유시민 자신을

공자에 비유한 것이다.

 

이에 진중권은 "자신을 공자라 믿는 어용지식인과

사실상 당대표로 행세해온 만신님이 민주당을 말아

드셨다."며 유시민을 어용지식인으로, 김어준을

무당을 뜻하는 만신에 비유해 재차 날선 비판을

가했다.

 

두 사람 모두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필력과 촌철살인의 언변을 지닌 논객들이니 주고 받는

말이 세인들의 관심을 끄는가 보다.

 

누가 도척이고, 누가 도척의 개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두 사람 덕분에 고전 속의 오래된

일화와 사자성어를 끄집어 내어 복습할 수 있는

기회는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