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클래식 단상 64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을 폭발해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거나 끼어 들었다고 위험천만한 보복운전을 하고,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 윗집간의 말다툼이 살인까지 부른다.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부족하고 조급함과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인한 결과들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듯 참을성이 없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화를 잘 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기만 하여 '화병'이라는 한국인 고유의 정신질환 병명까지 생겨났고, 전문가들은 화가 날 때는 무조건 참지 말고 적당히 발산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화병' 이야기는 듣기 힘들어진 반면..

클래식 단상 00:05:25

음덕(陰德) 쌓기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에게 뜻하지 않았던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사람, 평소에 음덕을 많이 쌓았나 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또한, 집안에 크고 작은 경사가 있게 되면 그것이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조상님들이 생전에 쌓은 음덕 덕분이라며 감사해 한다. 음덕이란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 어질고 착한 덕행을 이르는 말인데, 성경 마태복음에도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네가 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음덕과 같은 내용의 구절을 두고 있다. 陰德陽報 (음덕양보)음지에서 덕을 쌓으면 양지에서 보답을 받는다. 사마천이 쓴 사기 순리열전에 나오는 초나라 손숙오의 어린 시절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손숙오는 고대 중국 춘추시대 세 번째 패주가 된 초 장왕을 보좌했던 명재상..

클래식 단상 2025.04.14

몰입(沒入), 빠져 드는 즐거움

몰입이란 말 그대로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쉽게 말해 무언가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發憤忘食 樂以忘憂 (발분망식 낙이망우)不知老之 將至云爾 (부지노지 장지운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밥 먹는 일도 잊고, 그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으며,나이 들어 늙어가는 것 조차도 알지 못한다. 초나라 섭공이 공자의 제자 자로에게 "공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자로가 머뭇거리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공자가 자로를 불러 일러준 자기소개의 문장으로, 자신이 몰입을 즐기는 사람임을 표현한 글귀이다. 공자의 몰입과 집중력은 유명하다. 논어에는 공자가 좋은 음악을 듣고 그 음률과 담긴 뜻을 음미하느라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잊었다고 하는 내용도 ..

클래식 단상 2025.04.10

쓸데없는 걱정, 쓸모 있는 걱정

세상을 살면서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걱정의 내용과 강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누구나 걱정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언뜻 보기에 아무 근심 걱정 없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집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長短家家有 炎凉處處同 (장단가가유 염량처처동)어느 집이나 좋은 점 나쁜 점, 행복과 근심 걱정이 다 있고,어느 곳이나 더위와 서늘함, 권세의 흥망은 다 똑같다.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에는 잘 웃던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차츰 웃음을 잃어가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 (인생불만백 상회천세우)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 천 년의 근심을 품고 산다. 사람들은 너무 필요 없는 걱정까지 하는가 하면 당장 눈앞에 ..

클래식 단상 2025.04.07

힘은 보태되, 자리를 탐하지는 않아야

오늘은 한식(寒食)이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예전에는 한식이 설, 추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였으며, 이 때가 되면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이사를 하거나 묘를 이장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그럼에도 한식에는 조상의 산소를 찾아 떼를 다듬고성묘를 하려는 사람들로 공원묘지 주변은 교통이 혼잡해진다. 한식에는 예로부터 불의 사용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이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많은 사람들은 기원전 7세기경 고대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과 그의 신하 개자추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믿고 있다. '거지왕'으로도 불린 진 문공은 19년 동안 외국을떠돌아 다니는 유랑생활 끝에 예순이 넘은 나이에왕..

클래식 단상 2025.04.05

결국엔 사람이다

훌륭한 목수는 좋은 연장을 쓴다.좋은 인재는 조직의 미래이자 경쟁력이다. 조직의 성패는 결국 능력 있는 인재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같이 일 할 유능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동양의 정치가들은 지인선용(知人善用), 사람을 제대로 알아 보고 잘 쓰기 위해 노력했다. 一沐三捉 一飯三吐 (일목삼착 일반삼토)주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은 주공은 머리를 감다가도 인재가 찾아오면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지고 나가서 그를 맞았고, 한 끼 밥을 먹다가도 인재가 찾아오면 세 번이나 씹던 밥을 뱉어내고 그를 만났다. 疑人勿用 用人勿疑 (의인물용 용인물의)공자는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를 말고, 일단 썼으면 의심하지 말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클래식 단상 2025.04.01

궁(窮)하면 통(通)한다

君子固窮, 小人窮濫 (군자고궁, 소인궁람)군자는 어려울수록 단단해지고, 소인은 어려워지면 포기하고 넘친다. 정약용과 김정희는 귀양을 간 유배지에서 자신의 학문을 완성했고, 베토벤은 청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합창 교향곡을 작곡했다. 이들은 삶의 고난과 시련 앞에서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인생의 소중한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 대나무는 뿌리로 번식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꽃이 안 피지만, 뿌리 번식이 불가능해지면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의 꽃을 피워 종자를 맺은 다음 말라 죽는다. 동양란은 물과 영양이 부족하면 풍성하고 화려한 꽃을 피우고, 소나무는 환경이 열악해지면 솔방울을 많이 맺는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감지하는 순간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생존이 위태로워질 경우 사력..

클래식 단상 2025.03.27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66세의 영조 임금은 왕비 정성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새 왕비를 맞아들이기로 했다.왕비 간택 절차의 하나로 궁중 어른들 앞에서 일종의 면접시험이 진행되었는데, 왕비 후보에 오른 세 명의 규수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주어졌다. 다른 규수들은 "산이 깊다", "물이 깊다" 같은 대답을 했지만 정순왕후 김씨는 "인심(人心), 사람의 마음이 가장 깊다"고 대답하여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15세 정순왕후의 지혜로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화호화피난화골, 지인지면부지심) 호랑이를 그릴 때 겉모습은 그려도 그 속은 그릴 수 없듯, 사람을 알고 얼굴을 안다 해도 그 마음은 알 수가 없다. ..

클래식 단상 2025.03.24

신뢰를 잃으면 설 수 없다

개혁의 성공 조건은 믿음과 신뢰다.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은 기득권층의 저항과 방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개혁을 이끄는 리더의 진정성이다. 리더의 사심이 배제된 진정성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는 가장 큰 담보물이다.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정치를 하자면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足食, 足兵, 民信之矣 (족식, 족병, 민신지의)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무엇을 버려야 합니까?”“군대를 버려라.”“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식량을 버려라." "백성에게 신의를 잃으면 잠시라도 설 수 없는 것이다."..

클래식 단상 2025.03.20

강북의 탱자와 삼밭의 쑥

사람은 나쁜 환경 때문에 잘못될 수도 있고, 좋은 환경 덕에 잘 될 수도 있다.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사람들이 좋은 집안, 명문 학교, 금수저, 흙수저를 구분하고 따지는 이유일 것이다. 近朱者赤 近墨者黑 (근주자 적, 근묵자 흑)붉은 물감을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검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 사람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과 가까이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橘化爲枳 (귤화위지)강남의 귤을 강북(회수 이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 사람도 나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 나쁘게 변한다는 의미이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안영은 키가 아주 작았지만, 지혜가 뛰어났고 현실정치에 밝았으며 검소하여 백성들의 신망이 높은 명재상이었다. 초..

클래식 단상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