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클래식 단상 104

이팝나무 꽃이 필 때면

아파트단지 뒤편 이면도로의 이팝나무가 어느새 가지마다 하얀 꽃을 수북히 뒤집어 썼다. 마치 뜸이 잘 든 흰 쌀밥을 뿌려 놓은 듯하다. 이팝나무 꽃이 피는 입하 절기의 이 즈음은 아직 보리수확은 멀고 지난 가을걷이 양식은 거의 떨어진 보릿고개였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절대빈곤의 긴 세월 동안 이 땅의 배고픈 백성들은 이팝나무 꽃을 바라보며 쌀밥 한 번 배불리 먹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고,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王者以民爲天, 民以食爲天 (왕자이민위천, 민이식위천) 맹자는 백성들이 물질적 토대인 항산이 없으면 도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항심도 없다고 했다..無恒産者 因無恒心 (무항산자 인무항심) 옛 사람들에게 주린 배를 채우는 일은 절체절명의 과제였고, 위정자들 또한 백성..

클래식 단상 2024.05.07

단오와 굴원의 어부사(漁父辭)

오늘은 음력 5월 5일 단오이다. 한식이 되면 면산에서 불에 타 죽은 개자추가 생각나듯, 단오에는 멱라수에 빠져 죽은 굴원을 떠올리게 된다. 굴원(BC 343 - BC 278년)은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으로, 능력과 충성심이 뛰어났지만 간신들의 모함과 시기로 인해 관직에서 쫓겨났다. 억울하게 추방되어 강호를 떠돌던 굴원이 강가에서 어부를 만나 나누었던 대화를 적은 글이 어부사인데, 초나라 사람들이 노래로 즐겨 불렀다고 한다. "어부가 물었다. '당신은 삼려대부가 아닙니까? 무슨 까닭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굴원이 대답했다. '擧世皆濁 我獨淸 (거세개탁 아독청) 衆人皆醉 我獨醒 (중인개취 아독성)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은 모두 취해있는데 나만 홀로 깨..

클래식 단상 2023.06.22

< 새책 > 팍팍한 일상 이겨낼 동양 고전의 정수 '클래식 클래스'

http://www.kp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341 한국정책신문 팍팍한 일상 이겨낼 ‘동양 고전의 정수’ 기자명 한상오 기자 입력 2020.07.01 10:47 수정 2020.07.01 11:04 북랩, 고전에세이 출간…약간의 짬을 내서 즐거움 얻는 유머집 저자 임은석, 삼성물산 등서 30여년 홍보업무 담당... 지금은 다음 블로거로 활동중 [한국정책신문=한상오 기자] 갑자기 불어 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는 경험해보지 않은 미증유의 시대를 맞고 있다. 당장 위기로 다가온 정치, 경제, 국제, 사회문제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할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시쳇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지금 우리를 성찰하고 ..

클래식 단상 2023.05.13

순환론적 세계관과 새옹지마

"사람으로 태어난 몸은 조심스럽게 운명으로 정해진 마지막 날을 볼 수 있도록 기다리라. 아무 괴로움도 당하지 말고 삶의 저편에 이르기 전에는 이 세상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하지 말라."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왕'에 나오는 문장이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가 내는 죽음의 수수께끼를 푼 덕분에 테베의 왕이 되는 영광을 얻었고 사람들은 그의 행운을 부러워했지만 그것은 오이디푸스에게 닥쳐올 연이은 불행의 단초가 된다. 많은 사람들, 특히 동양인들은 길흉화복과 흥망성쇠가 순환하는,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보는 세계관의 경향이 강하다. 새옹지마란 변방에 살고 있는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인데, 변방 노인의 말처럼 좋은 일이 화(..

클래식 단상 2020.06.10

때를 기다린다

"군자는 복수를 하는데 십 년을 기다린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중국 속담이다. 성급하게 해서는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로, 중국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책략과 맥을 같이 한다. 도광양회는 빛을 감추어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이다. 도광양회는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머물면서 스스로를 낮추며 때를 기다렸던 일화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어느 날 조조가 "지금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유비 그대와 나 조조 둘 뿐이오."라고 말하자 유비는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리며 놀라는 시늉을 했다. 당시 세력이 약해 조조에게 의탁하고 있던 유비는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척하며 조조로 하여금 경계심을 늦추게 하..

클래식 단상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