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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음덕(陰德) 쌓기

물아일체 2019. 4. 22. 22:49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에게 뜻하지 않았던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사람, 평소에 음덕을 많이 쌓았나 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또한, 집안에 크고 작은 경사가 있게 되면 그것이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조상님들이 생전에

쌓은 음덕 덕분이라며 감사해 한다.

 

음덕이란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 어질고 착한 덕행

이르는 말인데, 성경 마태복음에도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네가 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음덕과 같은 내용의 구절을

두고 있다.

 

陰德陽報 (음덕양보)

음지에서 덕을 쌓으면 양지에서 보답을 받는다.

 

사마천이 쓴 사기 순리열전에 나오는 초나라 손숙오의

어린 시절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손숙오는 춘추시대

세 번째 패주가 된 초 장왕을 보좌했던 명재상이자

청백리이다.

 

손숙오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밖에서 놀던 손숙오가 울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묻자 손숙오가 대답했다.

“머리가 둘 달린 뱀 쌍두사(雙頭蛇)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오늘 밖에서 그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곧 죽어 어머니 곁을 떠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그 뱀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손숙오가 다시 대답했다.

“다른 사람이 또 그 쌍두사를 보고 죽게 될까봐

그 뱀을 죽여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로하며 말했다.

“음덕양보, 남 모르게 덕을 쌓은 사람은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 네가 그런 갸륵한 마음으로

뱀을 죽인 것은 음덕이니, 그 보답으로 너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손숙오의 쌍두사 일화는 자신이 궁지에 빠지게 되면

다른 사람까지도 끌어들여 "나 죽고, 너 죽자"는 식의

물귀신 작전을 펴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비록 자신은 불행해지더라도 다른 사람의 불행은

막겠다는 어린 손숙오의 아름다운 마음이 음덕이 되어

훗날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

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재앙이 있다.

 

주역에 나오는 구절인데, 여기서 남는 경사 또는

남는 재앙이 있다는 것은 선이나 불선을 행한 사람의

당대는 물론이고 그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天網恢恢 疏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 보이지만,

하나도 놓치는 것이 없다.

 

노자가 쓴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비록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쌓는 덕일지라도

하늘은 다 알고 있어서 언젠가 복을 내리고,

반대로 악한 자에게는 반드시 재앙을 내린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積金以遺子孫 未必子孫能盡守

(적금이유자손 미필자손능진수)

積書以遺子孫 未必子孫能盡讀

(적서이유자손 미필자손능진독)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 以爲子孫之計也

(부여적음덕어명명지중 이위자손지계야)

돈을 쌓아 자손에게 물려줘도 자손이 능히 지키지

못하고, 책을 쌓아 물려준다 해도 자손이 그것을

다 읽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음덕을 쌓아 자손을 위하는 계책으로 삼으라.

명심보감에 있는 송나라 때의 학자 사마온공의 말이다.

 

음덕은 쌓지 않고 복을 받으려 하는 것은 씨앗을 뿌려

가꾸지 아니하고 수확을 거두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렵게 살던 시절 조금씩 불어나는 예금통장의 잔고가 

힘든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하고 기쁨과 보람을 주었듯

음덕을 쌓는 일은 결국 자신의 삶에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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