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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한식(寒食)과 개자추 이야기

물아일체 2019. 4. 3. 07:43

며칠 있으면 한식이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청명과 같은 4 5일이거나 올해처럼 하루 뒤인

4 6일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한식과 청명이 같은 날이거나 하루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둘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음을 빗댄 말이다.

 

한식은 설, 추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였으며,

이 때가 되면 '손 없는 날'이라 하여 이사를 하거나

묘를 이장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그럼에도 한식에는 조상의 산소를 찾아 떼를 다듬고

성묘하려는 사람들로 공원묘지 주변은 매우 혼잡하다.

 

한식에는 예로부터 불의 사용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이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중국 춘추시대 진() 문공과 그의 신하

개자추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믿고 있다.

 

'거지왕'으로도 불린 진 문공은 19년간의 외국 유랑생활

끝에 예순이 넘은 나이에 왕위에 올라 춘추 오패 가운데

두 번째 패주가 된 인물이다.

문공은 신하들의 보좌를 받으며 힘든 유랑생활을 했는데,

개자추는 문공이 먹을 것이 없어 허기에 지치자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 바치는 '할고봉군 (割股奉君)'

정성으로 주군을 모셨다.

 

그러나 유랑생활을 마치고 왕위에 오른 된 문공은

논공행상을 하면서 다른 신하들에게는 벼슬과 상을

내렸지만 개자추는 빠뜨렸다.

 

백성들 사이에 이를 비난하는 노래가 유행하자

문공은 실수를 깨닫고 뒤늦게 개자추를 찾았으나

그는 초연히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면산으로 들어가

숨었다.

 

문공은 개자추를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질렀지만

그는 끝내 나오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나무를 붙들고

불에 타 죽고 말았다.

 

문공은 불을 낸 것을 후회하며 이 날을 기려 하루 동안

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찬 음식을 먹는

한식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문공은 개자추가 붙들고 죽은 나무를 깎아서

신발을 만들어 신었는데, 걸음을 옮길 때 나는

"따악 따악"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사람됨이 개자추의

발 아래에 있다는 의미에서 '족하(足下)'라는 호칭으로

개자추를 추앙했다고 한다.

일본 고유의 나무 신발인 ‘게타’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왕이나 대통령 같은 최고권력자를 만든 사람들의

보상 기대심리는 종종 비리로 이어져 자신은 물론

주군 까지도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자추의 죽음은 그런 사람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개자추처럼 힘은 보태되 자리를 탐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면 논공행상에 따른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만 현실에서 그와 같은 인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심리학 영역에서는 ‘개자추 콤플렉스’라는 전문용어도

생겨났다. 개자추 콤플렉스란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진실을 소명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 동정을 구하고

상대방을 미안하게 하는 일종의 자학심리를 말한다.

 

살다 보면 도움을 준 사람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훗날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으니

주변을 잘 살펴 은혜를 입었으면 반드시 보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식을 개자추와 연결시키는 것은 후대 사람들이

문학적 상상력으로 꾸며낸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식을 맞아 개자추 일화를 다시 한번 새겨 보는 것은

재미와 함께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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