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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몰입(沒入), 빠져 드는 즐거움

물아일체 2020. 3. 10. 09:19

몰입이란 말 그대로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무언가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發憤忘食 樂以忘憂 (발분망식 낙이망우)

不知老之將至云爾  (부지노지장지운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밥 먹는 것도 잊고,

그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으며,

나이 들어 늙어가는 것 조차도 알지 못한다.

 

초나라 섭공이 공자의 제자 자로에게 공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자로는 머뭇거리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공자가 자로를 불러 일러준

자기소개의 문장으로, 자신이 몰입을 즐기는 사람임을

표현한 글귀이다.

공자의 몰입과 집중력은 유명하다. 논어에는 공자가

좋은 음악을 듣고 그 음률과 담긴 뜻을 음미하느라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잊었다고 하는 내용도 나온다.

 

조선의 선비들 역시 몰입에 강점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어떤 책이든 잡으면 완전히 독파할 때까지

끝없이 반복해서 그 뜻과 원리를 깨치는 몰입의 훈련을

쌓은 덕분이다.

그로 인해 선비들은 어떤 일이든 한번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끝장을 보는 정신이 몸에 배게 되었고,

조선 왕조 5백 년을 지탱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몰입은 자기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마음을 비운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는 것이므로 어떤 일에 몰입을

하게 되면 시간의 흐름 조차 망각하게 된다.

몰입을 이야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문학작품이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주인공 안나와

더불어 소설의 또 다른 중심축인 레빈이 풀베기를 하는 

장면은 몰입의 경지를 보여준다

소설에서는 지주인 레빈이 풀베기를 하면서 체험하게

되는 내면으로의 깊은 몰입감과 지고의 행복감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레빈은 풀을 벨수록 망각의 순간을 더 자주 느꼈다.

그럴 때는 손이 낫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낫 자체가

생명으로 가득 찬 그의 몸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가 일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일이 저절로 정확하고 시원스럽게

진행됐다. 이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누군가 그에게 몇 시간이나 풀을 베었느냐고 물으면

그는 30분 정도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어느새 점심 때가 되어 있었다."

 

사람이 어떤 일에 몰입하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나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도파민은 뇌를 각성시켜

집중과 주의를 유도하고 쾌감을 일으키며, 삶의 의욕을

솟아나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몰입과 유사한 단어로 집착이 있다. 몰입과 집착은 얼핏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몰입이 개인의 잠재력을 깨우거나 천재성을 여는

긍정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집착은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린다는 뜻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몰입과 집착의 차이를 제정신과 미친 짓,

사랑과 불륜, 용기와 무모함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숲 속에 들어가 있으면 전체 숲을 볼 수 없듯 상황에

매몰되면 전체를 볼 수 없다.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골프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폭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스포츠다. 사람들이 골프에 빠지는 것 역시 몰입을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삶의 우선순위를 몰입의 즐거움에 두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 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지지자 불여호지자)

好之者 不如樂知者 (호지자 불여락지자)

어떤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일을 할 때는 요령과 수단도 중요하지만 잡념 없이

몰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생계수단으로 여겨 의무감에 사로잡히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단순 반복적인 일이라도 몰입을

하게 되면 만족감을 얻을  있다.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일을 대하는 마음부터 바뀌어야

한다몰입이란 해야 할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너무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취미 한 가지를 정해 몰입의 즐거움에 빠져 보는 것도

요즘 유행하는 힐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고전이나 역사, , 소설도 좋고, 야생화나 등산, 운동도

좋고, 미술이나 음악, 사진도 좋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이 그랬던 것처럼

깊은 몰입감으로 지고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삶이 무료하다는 말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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