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걱정의 내용과 강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누구나 걱정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언뜻 보기에 근심 걱정 없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집도 안을 들여다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長短家家有 炎凉處處同
(장단가가유, 염량처처동)
어느 집이나 좋은 점 나쁜 점, 행복과 근심 걱정이 다 있고
어느 곳이나 더위와 서늘함, 권세의 흥망은 다 똑같다.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에는 잘 웃던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웃음을 잃어가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
(인생불만백, 상회천세우)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 천 년의 근심을 품고 산다.
사람들은 너무 필요 없는 걱정까지 하는가 하면 당장 눈앞에 닥쳐오는 걱정도 모른 채
살아가기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하는 걱정 가운데 96%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일이거나,
이미 일어난 일 또는 걱정을 하더라도 그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걱정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그런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기쁨도, 웃음도, 마음의 평화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인우천(杞人憂天),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을 했다는 기나라 사람들을 비웃을 일도
아닌 듯 하다.
유교 도덕에서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사람은 군자이다.
공자는 군자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학문과 덕을 닦지 못하거나,
옳은 일을 실천하지 못하거나, 옳지 못한 일을 고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근심을
우환의식(憂患意識)이라 했다.
生於憂患 死於安樂
(생어우환, 사어안락)
어렵고 근심스러운 것이 나를 살게 하고,
편하고 즐거운 것은 나를 죽게 한다는 맹자의 말이다.
공자의 우환의식을 맹자는 종신지우(終身之憂)라고 표현했다.
종신지우는 백성들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로서 평생토록 잊지 말고 가슴에 간직해야 할
근심을 말한다.
맹자는 종신지우와 대비되는 개념을 일조지환(一朝之患)이라 했는데,
이는 아침나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생겼다가 사라지는 근심이다.
돈과 명예, 권력 같은 내 안위와 출세에 관한 걱정은 잠시 왔다 사라지는 일조지환의 근심으로
지도자가 평생 가지고 갈 우환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맹자의 말과는 정반대로 자신의 부와 명예와 출세에 관련된 일은
평생 걱정하며 살아 가지만, 인간다운 삶이나 사회의 정의에 대해서는 큰 이슈가 있을 때나
반짝 관심을 가져 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공자의 우환의식이나 맹자의 종신지우는 동양 사회에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즉, 지도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도덕적 의무이며 희생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나 김구 선생, 안중근 의사 같은 분들은 가슴에 종신지우를 품고 살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사찰에 딸린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의미의 해우소(解憂所)라 일컫고, 산과 들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원추리는 나물로 무쳐 먹으면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로 불린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근심과 걱정 속에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또 근심 걱정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고 싶어 하는지 짐작하게 하는 생활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人無遠慮 必有近憂
(인무원려 필유근우)
먼 장래를 고려함이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뜻하지 않은
걱정을 만나게 된다는 논어의 글귀이다,
회사든 나라든 변화와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늘 멀리 보고 미리 걱정하면서 위험을
방지하려는 마음가짐 즉, 우환의식을 가져야 한다.
일조지환은 내려 놓고, 종신지우는 죽는 날까지 가슴에 담고 가는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양식이 필요할 것이다.
클래식 클래스
'클래식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 (0) | 2018.07.23 |
---|---|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0) | 2018.07.19 |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0) | 2018.07.10 |
채우려면 먼저 비워라 (0) | 2018.07.04 |
나이를 먹는다는 것 (0) | 2018.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