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지식이 오히려 병이 될 수도 있고, 빛이 강한 사람에게는 사람이 모여들지 못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근원은 욕심이며, 삶이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것도 놓아야 할 것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채우려면 먼저 비워야 한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 없이 흔적도 없이 비워 버린다. 그래서 연잎은 찢기거나 오염되지 않고 줄기도 꺾이지 않는다.
집에 공간, 즉 비움이 없으면
사람이 들어
갈 수도, 가구를 놓을 수도
없어 집으로서의 기능을 못한다. 컵도
가운데 빈
공간이 없으면
물을 담는 컵의
기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쓰임(用, 용)의 공통분모는 비움이라고 할 수 있다.
노자는 비움이
스스로의 구체적인 모습을 갖고 있지는
않으면서도 이 세계가
작동되거나 존재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며 그 비움의
영역을 무(無)라고
표현했다.
인간이 욕망을 줄임으로써 비움을 늘리는 일이 무위(無爲)이고, 반대로 욕망으로 비움을 채우는 것이 유위(有爲)이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위학일익, 위도일손)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無爲而無不爲 (무위이무불위)
배움의 길은 날로 더하는 것이며,
도의 길은 날로 비우는 것이다.
비우고 또 비우면 무위의 경지에 이르나니,
무위하면 이루지 못함이 없다.
여기서 무위는 억지로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상태이다.
노자 철학의 핵심이 되는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하게끔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영어로는 "Let it be!"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노자는 비움과 무위를 통해서 자연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자의 무위와 자연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 도피주의가 아니라 적극적인 제왕학 리더십이론이다.
즉, 강압적이 아니라 분위기 조성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법론의 하나인 것이다.
노자의 무위와 자연을 실천하겠다고 심산유곡으로 들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넌센스다.
우리가
무엇인가 하려 할 때는 욕심을 버리고 몸에서 힘을 빼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골프를
칠 때도 팔에서 힘을 빼고 무념무상으로 스윙을 해야 공이
잘 맞아 멀리 날아가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도 힘을 주어 목소리 톤을 높이면 상대방은 거부감을 갖지만 힘을 빼고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경청을 하게 된다.
바둑을 잘 두려면 돌을 버릴 줄 알아야 하고, 훌륭한 정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가지를 잘 쳐낼 줄 알아야 한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상태이다." 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이나 "얻고자 한다면 먼저 버려라."
라고 한 스티브 잡스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맑고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샘의 물을 계속 퍼내고 비워야 하는 것처럼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마음을 비우면 내면에서 울리는 자신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클래식 클래스
그동안 채움을 우선시 하며 살아온 자신을 돌아 보고 이제 무엇을 버리고 비워야 할지 잠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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