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는 양성평등 추세의 확산에 따라 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져
함부로 여자의 외모를 화제로 삼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강남에는 많은 성형외과가 자리를 잡아 성업 중에 있으며,
전직 여성 대통령까지도 미용을 위한 시술을 받고 주사를 맞았다는 뉴스이고 보면
여성과 아름다움, 미(美)는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아름다운 여성, 즉 미녀는 신화에서부터 역사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영화나 소설, 그림 등
문화 예술분야에서도 주연으로서의 위치를 점하는 비중이 높다.
한 나라를 엎어버릴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아름다움을 갖춘 여인을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
하는데, 어떤 이는 이 용어가 정치를 잘못해 나라를 망친 남성들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일 뿐 실제 경국지색이란 없다고 한다.
중국 역사에는 하나라 걸왕과 말희, 상나라 주왕과 달기, 주나라 유왕과 포사, 오나라 부차와 서시,
한나라의 왕소군, 삼국지의 초선 그리고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 등 여러 미녀와 그녀를 좋아했던
왕들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들 여인들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시대 상황을 짐작할 수 있어
흥미로움을 더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역사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인물로
춘추시대의 문을 연 주나라의 포사와 전국시대 개막의 분수령이 된 오월춘추의 서시를 꼽고 싶다.
주나라 유왕은 잘 웃지 않는 애첩 포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봉화 불 놀이에 빠졌고,
결국 그로 인해 BC 771년 견융족의 침입을 맞지 못해 자신은 목숨을 잃고
주나라는 수도를 호경에서 낙양으로 옮겨야 했다.
역사에서는 호경 시절을 서주, 낙양 시대를 동주라 부르는데, 이로써 주나라의 봉건체제는
유명무실해지고 이후 2백 년 넘게 지속되는 춘추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춘추시대는 그 이전과는 여러 면에서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어느 개인이나 국가도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고 수많은 작은 나라들이
생성 소멸되는 불확실성이었다.
그럼에도 서서히 철기가 도입되어 농업 생산력과 군사력이 크게 강화되었으며,
유가와 도가 그리고 병가, 법가 등 제자백가가 출현해 중국 철학과 사상을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오월동주(吳越同舟) 등 고사성어의 유래가 되기도 했던 오나라와 월나라의
복수혈전은 춘추시대가 마무리되고 전국시대로 넘어가는 분수령이다.
이 시기에 등장하는 서시는 월왕 구천에 의해 오왕 부차에게 미인계로 보내져 오나라가 망하는데
일조한 여인으로, 아름다운 용모를 바탕으로 한 여러 고사성어가 만들어졌다.
못생긴 여자가 아름다운 서시의 외모나 행동을 따라 해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서시봉심(西施捧心)과 동시효빈(東施效矉)은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빗댄 말이고,서시유소추(西施有所醜)는 미녀 서시도 발은 못생겼듯 잘나고 똑똑한 사람도
과실이나 약점이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한나라 원제 때의 미인 왕소군은 화공에게 뇌물을 주지않아 초상화가 못생긴 모습으로
그려진 탓에 흉노 왕에게 공물로 보내졌다. 한나라가 비록 진나라의 뒤를 이어 천하통일을 이루고
강력한 통치체제를 수립했지만 북방 흉노족과의 관계는 쉽지 않은 문제여서 혼인정책이나 조공으로
그들을 달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정치적 군사적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명멸한 역사 속에서 그 영웅들의 숫자 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인들도
많았을 것이다.
권력과 음모, 칼과 창, 방패가 춤추는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미녀들이
불꽃처럼 살다 갔을 것이다. 미녀들은 그들의 미모 때문에 권력투쟁의 희생물이 되기도 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트며 한 나라의 운명을 바꿔 놓기도 했다.
고대에서 근대로 역사가 진행될수록 나라를 기울게 했다는 경국지색의 이야기는 적어진다.
역사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름다움, 미(美)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므로 미인에 대한 기준 역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또한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 저마다의 가치관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뚜렷한 이목구비 같은 신체적 조건이 우선시 되었다면 개성을 강조하는 요즈음에는
건강미와 자유분방함과 위트 같은 성격적 측면이 더 매력적인 조건으로 중요시되는 추세인 것 같다.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심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이 진정한 미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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