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한국 나이' 폐지와 '만 나이' 도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원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 나이'는 말 그대로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나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을 먹는 '한국 나이'는 엄마 뱃속에 있던 열 달도 생명으로 보는
동양적 세계관의 영향이다.
그렇지만 유교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한국을 제외하고는
이미 사용되지 않는 우리만의 독특한 나이 셈법이다.
'한국 나이'와 '만 나이'는 심하면 두 살까지 차이가 나기도 해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 조차도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만 나이'로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은 태어나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성장을 하게 된다.
그에 따라 나이별 특성을 고려한 나이 이칭(異稱)도 다양하게 생겨났고 관련된 의식도 마련되었다.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이 되면 여러 가지 사회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지만
성인으로서 책임과 의무가 생기기도 한다.
옛날에는 남자 아이가 15세가 넘으면 상투를 틀어 갓을 씌우는 관례(冠禮)를 행하고,
그 때부터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우했으며 자(字)를 지어 친구들은 이름 대신 자를 부르기도 했다.
여자의 경우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으로서 계례(筓禮)를 행하였다.
약관(弱冠)은 스무 살이 된 남자를 일컫는 말로,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성인 구실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꽃이 화사하게 피는 좋은 때라는 뜻의 방년(芳年)은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여자 나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이 이칭 가운데는 열 다섯에 지학(志學),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이립(而立), 세상에 섰으며
마흔 살에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이순(耳順), 무슨 말에도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는 종심(從心),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를 넘지 않았다는 공자의 이칭이 가장 대표적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40, 마흔 살이다.
공자는 40을 불혹(不惑), 즉 가고자 하는 길이 확실히 정해져서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맹자 역시 마흔의 나이를 부동심(不動心)으로 표현하여 명분 없는 부귀와 출세, 패도와
타협하지 않는 흔들림 없는 마음이라고 했다.
맹자의 부동심은 그의 인생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작은 이익에는 부동심을 발휘하다가도
큰 권세와 부(富) 앞에는 쉽게 무너지는 세태를 통탄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40대가 젊다고
하기도 그렇고 늙었다고 하기도 그렇고,
젊은이와 노인의 특징을 동시에 보이는 경계의 나이로
아저씨 또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워지는 나이라고 재미있게 묘사하기도 했다..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소지시 혈기미정 계지재색)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급기장야 혈기방강 계지재투)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급기노야 혈기기쇠 계지재득)
공자는 君子有三戒 (군자유삼계)라고 하여 군자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세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어릴 적에는 아직 혈기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으니 이성을 경계하고, 장년이 되어서는 혈기가
강성하므로 남들과 다툼을 경계하고, 노인이 되면 혈기가 쇠했으니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
(조정 막여작, 향당 막여치, 보세장민 막여덕)
조정에서는 작위만한 것이 없고, 고을에서는 나이만한 것이 없고, 세상을 돕고 백성을 교화하는 데는
덕만 한 것이 없다.
흔히 말이 막히고 논리가 궁해지면 나이 따지고 직급 내세우는 사람이 있는데 때와 장소를 구분해야
한다. 회사나 조직에서는 직급이 상하의 기준이며, 동네에서는 나이가 위 아래를 나누는 기준이다.
이와는 반대로 회사에서 나이 들먹이고, 동네에서 사장이다 회장이다 하는 직급 내세우며 목청 높이는 한심한 사람들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에 걸맞는 행동과 책임이 요구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른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제대로
나이 값 하며 살 수 있을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 나이'든 '만 나이'든 잊어 버리고 자신의 일에 몰입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어느 기업체
광고 카피처럼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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