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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힘은 보태되, 자리를 탐하지는 않아야

물아일체 2025. 4. 5. 00:00

오늘은 한식(寒食)이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예전에는 한식이 설, 추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였으며, 이 때가 되면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이사를 하거나 묘를 이장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그럼에도 한식에는 조상의 산소를 찾아 떼를 다듬고

성묘하려는 사람들로 공원묘지 주변은 교통이

혼잡해진다.

 

한식에는 예로부터 불의 사용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이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원전 7세기경 고대 중국 춘추시대

()나라 문공과 그의 신하 개자추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믿고 있다.

 

'거지왕'으로도 불린 진 문공은 19년 동안 외국을

떠돌아 다니는 유랑생활 끝에 예순이 넘은 나이에

왕위에 올라 춘추 오패 가운데 두 번째 패주가 된

인물이다.

 

문공은 신하들의 보좌를 받으며 힘든 유랑생활을

했는데, 개자추는 주군인 문공이 먹을 것이 없어

허기에 지치자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 국을 끓여

바치는 할고봉군(割股奉君)의 지극한 정성으로

문공모셨다.

 

그러나 유랑생활을 마치고 진나라로 돌아와 왕위에

오른 문공은 논공행상을 하면서 다른 신하들에게는

상을 주고 벼슬을 내렸지만, 개자추는 빠뜨렸다.

 

그러자 백성들 사이에 이를 비난하는 노래가

널리 불리게 되었고, 문공은 실수를 깨닫고 뒤늦게

개자추를 찾았으나 그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초연히 면산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문공은 개자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려고 면산에

불을 질렀지만, 그는 끝내 나오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나무를 붙들고 불에 타 죽고 말았다.

문공은 불을 낸 것을 후회하며 이 날을 기려

하루 동안 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찬 음식을 먹는 한식(寒食)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왕이나 대통령 같은 최고 권력자를 만든 사람들,

소위 킹 메이커들의 보상 기대심리는 종종 비리로

이어져 자신은 물론 주군까지도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자추의 죽음은 그런 사람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소추를 당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내려졌다.

이제 조만간 새로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은

캠프를 꾸리고 선거운동을 본격화할 것이다. 

 

후보들의 캠프 안팎에는 선거가 끝난 뒤 정권교체

또는 정권재창출이라는 화려한 잔칫상에서

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여러 킹 메이커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과 암투 또한 치열해질

것이다.

 

각 후보들의 선거 캠프가 개자추처럼 힘은 보태되

보상이나 자리를 탐하지 않는 사람, 개인의 안위와

출세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현실에서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는 또 어떤

볼썽 사나운 장면이나 뒷말이 나오게 될지

벌써부터 우려가 된.

 

심리학 영역에는 ‘개자추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자신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진실을 소명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 동정을 구하고,

상대방을 미안하게 하는 자학심리를 말한다.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며

부모의 애를 태우는 행동을 하는 때가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개자추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도움을 준 사람을 잊고 지내는 일이

종종 있는데, 진 문공과 개자추의 경우처럼

훗날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으니 주변을 잘 살펴

은혜를 입었으면 반드시 보답하려는 노력을 해야

것이다.

 

한식을 개자추와 연결시키는 것은 후대 사람들이

문학적 상상력으로 꾸며낸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식을 맞아 개자추 일화를 다시 한번 새겨 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와 함께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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