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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고사성어로 본 한비자의 사상

물아일체 2022. 8. 12. 08:00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전쟁이 일상화 되었던

고대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개인이든 국가든

생존 자체가 불확실한 난세였다.

 

기원전 3 세기 한()나라 왕실의 서자로 태어난

한비자는'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불리는데, 

그의 사상의 핵심은 신상필벌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법치주의이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던 한비자는 이상주의자인 유가와

대척점에 섰던 인물로, 법가 사상을 완성했다.

 

그러나 한비자가 강조한 법치는 오늘날의 법치와는 달리

군주가 신하와 백성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따라서 군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법은 가혹하고

두려운 족쇄였다.

 

한비자의 사상에 큰 감명을 받은 진시황은 법치를

통치의 기본원리로 삼아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이뤘지만, 혹독한 법 집행과 형벌로 몰락을 자초하니

이는 법가 사상의 한계이자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한비자는 순자 밑에서 동문수학했던 진나라 승상 이사의

모함으로 옥에 갇혀 자결을 강요 받아 죽음으로써

그 자신 또한 권력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한비자는 다양한 고사성어와 비유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다.

 

< 同床異夢 (동상이몽) >

 

한 침상에서 같이 자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위나라에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아끼는

한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부부는 하늘에 기도를 올렸는데, 

아내는 삼베를 딱 백 필만 얻게 해달라고 빌었다. 

 

기도 소리를 들은 남편이 "삼베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왜 겨우 백 필인가?" 하고 말했다.

이에 아내는 "백 필 보다 많으면 부유해져 당신이

첩을 들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부부 사이에도 이익의 충돌이 존재하고

서로 이익을 따진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도 이해관계가

다른데, 하물며 군주와 신하, 군주와 백성의 이해가

같을 수 없으므로 상과 벌이라고 하는 두 수단을

이용해 그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猛狗之患 (맹구지환) >

 

사나운 개가 사람의 발길을 끊게 만든다는 뜻으로,

지도자가 인재를 아낌에도 불구하고 인재가 선뜻

찾아오지 않는 경우를 빗댄 말이다.

 

송나라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술맛이 좋고 주인이 친절해 한동안 손님들이 

많았는데, 차츰 손님이 줄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술집 주인이 마을의 현인을 찾아가 이유를 물으니, 

그는 "아무리 술이 맛있고 친절해도 문 앞에서

사나운 개, 즉 맹구가 손님을 위협하면 손님들은 

그 술집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비자는 조직에도 맹구가 있다고 했다. 

인재가 찾아 왔는데도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토착

관료들이 사나운 개가 되어 그 사람을 헐뜯으면

버티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지도자는 이러한 맹구지환의 풍조가 조직 내에

자리잡지 못하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 逆鱗之禍 (역린지화) >

 

역린 즉, 상대방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약점을

함부로 건드리면 큰 화를 입는다는 의미이다.

 

용은 온순한 동물이지만, 자칫 목덜미에 난

한 자 정도 길이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그 사람을 반드시 죽여 버린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돌며 자신의 의견과

지략을 군주에게 설명하고 정치에 참여하던 사람을

유세객(遊說客)이라 했다.

 

한비자는 유세객들이 군주의 약점을 잘못 건드리면

목숨마저 잃게 된다며 역린지화의 위험을 경고했다.

 

역린은 오늘날에도 대화나 협상에서 성공여부의

관건이 된다. 

가족간이나, 상사와 부하직원, 친구 사이에도 상대방의

약점이나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관계가 벌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守株待兎 (수주대토) >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과거의 낡은 관습을 고집해 변화나 개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힘들이지 않고 요행만 바라거나 불가능한 일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 어리석음을 비유할 때도 쓰인다.

 

송나라의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 오더니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부딪혀 죽었다. 

 

예상하지 않았던 횡재를 하게 된 농부는 다음 날부터

농사일은 하지 않고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며 또 다시

토끼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히기를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한비자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옛 사람들의

주장만을 고수하며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 유가들의

복고주의는 수주대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 餘桃之罪 (여도지죄) >

 

'먹다 남긴 복숭아의 죄'라는 뜻으로, 같은 말이나

행동이라도 애증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들여질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미자하의 역설'이라고도 하는데, 한비자는 여도지죄를

인용해 군주를 대하는 신하들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위나라 임금 영공은 미소년 미자하를 곁에 두고

총애했다. 어느 날 과수원 옆을 함께 거닐었는데

미자하는 잘 익은 복숭아를 따서 먹다가 반쪽을

영공에게 주었다. 

 

그러자 영공은 미자하가 맛난 복숭아를 혼자 다 먹지

않고 자신에게 주었다며 감동했다. 

또 미자하는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 몰래 영공의 수레를 타고 궁 밖으로 나갔는데, 

이를 알게 된 영공은 미자하를 벌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효심을 칭찬했다.

 

그러나 색쇠이애이(色衰而愛弛), 미모가 시들면 사랑도

식는 법이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아름다운 용모가 변하자 

그에 대한 영공의 애정도 식었다. 

 

결국 “이 놈이 제가 먹던 복숭아를 내게 주었고, 

함부로 내 수레를 탔던 못된 놈!”이라고 야단을 쳐 

궁궐 밖으로 쫓아냈다.

 

미자하의 말과 행동은 변함이 없었지만 영공의 말이

바뀐 것은 미자하에 대한 그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임금에게 간언을 하려는 신하는 자신에 대한

임금의 사랑과 미움을 먼저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