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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너무 총명해서 화를 당한 양수와 계륵(鷄肋)

물아일체 2022. 8. 2. 07:56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라는 의미인데, 먹을 것은

별로 없지만,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부위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취하자니 별 이득은 없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비록 작은 이득이지만 아까워

망설이게 되는 경우, 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을 비유하는 말이다.

 

'계륵'이라는 고사성어를 유래하게 한 사람은 중국

삼국시대의 위왕 조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계륵'을

사람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게 만든 이는 조조의

책사인 양수라고 하겠다.

 

'후한서 양수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후한 말 위, 촉, 오 삼국의 형세가 굳어져 가고 있을

무렵, 위왕 조조는 촉의 유비와 한중이라는 지역을 놓고

다투고 있었다.

 

일진일퇴 공방을 벌이던 전투는 어느 순간 조조에게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밀고 들어가자니 굳게 버티고 있는 유비의 장수들을

넘어야 하고, 철수하자니 사람들이 비웃을 것 같아

조조는 진퇴를 놓고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로 닭갈비가 나왔고,

조조는 그 닭갈비를 뜯고 있었다. 
그때 하후돈 장군이 조조의 군막으로 들어와 그날의

군호(암호)를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 물었고,

조조는 별 생각 없이 '계륵', 즉 '닭갈비'라고 말했다.

 

하후돈은 돌아가 장수들에게 군호를 전달하며

'계륵'을 군호로 정한 연유를 궁금해 했다.

그런데 이때 조조의 책사 양수는 곧바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짐을 싸는 까닭을 묻자 양수는

"살코기가 별로 없어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 '닭 갈비', 즉 '계륵'이다.

한중 땅은 버리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차지해야 할 만큼 대단한 땅도 아니라는 뜻이니

돌아갈 결정이 곧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양수의 말을 들은 장졸들도 자신의 짐을 챙기며

철수를 준비했는데, 과연 양수의 말대로 조조는 이튿날

철수 명령을 내렸다.

 

양수는 조조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한 셈이 되었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조조는 양수가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에 부담을 느껴 군심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양수를 참수해 버렸다.

 

몰론, 조조가 양수를 처형한 것은 군호 '계륵' 때문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조조는 그 즈음 후계자 선정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마의와 가후는 조조의 아들 가운데 형인 조비를

지지한 데 반해, 양수는 동생인 조식을 지지해 조조의

눈밖에 난 측면도 있었다.


양수의 총명함을 보여주는 여러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장인들이 조조의 지시로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를 둘러본 조조는 아무 말없이 대문에 '활()'이라는

글자만 써놓고 돌아갔다.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양수는 “문()에 활()을 썼으니 넓다는 뜻의 활()

아니겠소? 정원 크기를 줄이라는 말씀이오.”라고 했다. 

조조는 장인들이 고친 정원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면서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는가?”하고 물었다.

장인들이 양수가 일러주었다고 하자 조조는 그의

총명함을 칭찬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누군가 조조에게 좋은 술을 선물했는데

조조가 그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술병에 '일합(一合)'

이라는 글자를 써 신하들에게 주었다.

 

신하들이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해 할 때 이번에도

양수는 "일합(一合)을 풀면 일인일구(一人一口)이니

한 사람이 한 모금씩 마시라는 뜻"이라며 조조의

의중을 해석해 주었고, 신하들은 그제서야 조조가

내린 술을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

 

살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양수의 경우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화를 당하는 경우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양수는 윗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은 알았으나, 처신을 

잘못하는 우()를 범해 목숨까지 잃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 특히 윗사람의 마음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줘야 할 때가 있다.

 

최고 권력자나 조직의 리더에게는 속내를 터놓는 

측근 참모, 즉 복심(腹心) 있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의 주변으로 모인다.

그러나 그 복심 역시 자칫 양수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권에서 자칭 타칭 '윤핵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며 세인들의

관심을 받는 인사들의 이런저런 최근 행보를 보며

총명함이 화를 불러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양수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