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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촌철살인의 작은 거인 안영과 이도살삼사 (二桃殺三士)

물아일체 2022. 7. 19. 08:04

안영은 기원전 6세기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영공, 장공,  경공 등 3대 군주를 섬긴 명재상이었다.

 

안영은 키가 140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였으나,

지혜가 뛰어났고 현실정치에 밝았으며,

특히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춰 말을 적절하고 부드럽게

잘 해 어려운 문제도 상대방과 다투지 않고 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재상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검소하고

겸손해 백성들의 신망이 높아 군주 조차도 안영을

조심스럽게 대했다고 한다.

 

안영은 '안자'라는 존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공자는 "안자를 위한 일이라면 그의 마부가 되어

채찍을 드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할 만큼 안영을 흠모했다.

 

또한, 사마천은 '사기(史記)'에 관중과 안영을 한 편으로

묶은 '관안열전'을 열전의 첫 편인 '백이열전' 바로 뒤에

두어 그 비중을 높이 평가했다.

 

               < 이도살삼사 (二桃殺三士) >

 

제나라 경공 시절에 '제나라 삼걸'이라고 불리는

전개강, 공손첩, 고야자 등 세 명의 무사가 있었다. 

 

무용이 뛰어나고 자존심이 강한 이 세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가까이 지내며, 교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안영은 이들의 작태가 훗날 나라에 큰 화근이

될 것을 우려해 절묘한 계책으로 그들을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침 제왕 경공이 자국을 친선 방문한 노나라 소공을

위해 연회를 베풀자 안영은 궁궐 후원에 있는 귀한

복숭아가 잘 익었으니 그것을 맛 보라며 직접

후원으로 가서 복숭아를 따왔다.

 

그런데 안영이 가져온 복숭아는 여섯 개가 전부였다.

제나라 경공과 노나라 소공이 하나씩 먹고,

함께 있던 두 나라 재상도 하나씩 맛을 보았다.

 

이제 복숭아가 두 개 남게 되자 안영은 경공에게

"나머지 두 개의 복숭아는 연회에 참석한 무사

세 사람이 공을 세운 이야기 들어 본 뒤,

공이 큰 두 사람에게 하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경공도 이에 동의하자 무사 공손첩이 먼저 나서

말했다.

"소신은 주상께서 사냥하실 때 달려들던 사나운

호랑이를 때려잡았습니다."

 

이에 안영이 말했다.

"하늘을 떠받치듯 군주를 보위했으니 그 공로가

막대하오. 술 한 잔과 복숭아 하나를 드시오."

 

이를 본 무사 고야자도 자신의 공을 말했다.

"저는 주상전하를 모시고 황하를 건널 때

요사스러운 큰 자라의 목을 베어 전하를

위험에서 구했습니다."

 

이번에는 경공이 "그때 고야자가 자라를 죽이지

않았다면 과인은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오.

복숭아 먹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누가 의심하겠소."

라고 치하하며 술과 복숭아를 내리도록 했다.

그러자 세 번째 무사 전개강도 나서 말했다.

"저는 서나라를 정벌하여 적장을 죽이고 수많은

포로를 잡았습니다.

이에 서나라가 공물을 보내왔고, 이를 본 담나라 등도

전하를 맹주로 모셨습니다.

이만한 공이라면 복숭아를 먹을 만하지 않습니까?"

 

전개강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안영이 말했다.

"전 장군의 공로는 공손첩과 고야자 장군보다 열 배나

뛰어납니다.

그런데 나눠줄 복숭아가 없으니 술만 마시고 복숭아는

내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전개강은 울분을 토하며 

"자라를 죽이고, 호랑이를 잡은 건 작은 일에

불과합니다.

저는 피를 흘리며 싸웠는데, 복숭아를 먹지 못하니

치욕스럽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칼을 뽑아 자신의 목을 찔렀다.

 

이를 본 공손첩이 "전 장군이 큰 공을 세우고도

복숭아를 먹지 못한 건 제가 염치없이 복숭아를

먹었기 때문이오."라고 자책하며 전재강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두 사람의 자결을 지켜본 고야자도 깜짝 놀라

"형제처럼 지낸 두 사람이 죽었는데, 나만 홀로

구차하게 살 수 없소."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목을

찔렀다.

 

이렇게 해서 안영은 장차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세 명의 무사를 그들의 자존심을 이용해 단지 복숭아

두 개로 한꺼번에 제거해 버렸다.

 

이 일화에서 유래한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복숭아 두 개로 세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교묘한 계략으로 상대를 자멸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고사성어이다.

 

               < 귤화위지 (橘化爲枳) >

 

안영이 당시 강대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초 영왕은 안영에게 망신을 주려고 제나라 출신

죄인을 불러 안영의 면전에서 심문하며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는가?”

 

이에 안영이 대답했다.

“귤화위지(橘化爲枳),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과일의 모양과 성질이 변하듯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나라에서 선량하던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죄인이 된 것 같습니다"

 

초나라 영왕을 무안하게 만든 안영의 재치와 임기응변이

돋보이는 이 일화에서 귤화위지 고사성어가 유래했는데,

좋지 않은 환경의 나쁜 영향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 양두구욕 (羊頭狗肉) >

 

제나라 영공 때의 일이다.

영공은 궁중 여인들에게 남장을 시킨 뒤 그것을 보고

즐기는 별난 취미가 있었다.

 

그러자 도성의 많은 여인들도 따라서 남장을 하는

풍습이 유행했다.

영공이 이를 중지시키라는 금지령을 내렸으나 

도성 여인들의 남장 풍습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에 영공이 안영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안영이

대답했다.

“왕께서는 궁중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하라고 하면서

백성들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양의 머리를 문에다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궁중에서도 남장을 못 하게 하시면 백성들도 감히

못 할 것입니다.”

 

이에 영공이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지하는 명을 내리자

과연 도성에는 남장을 하는 여인들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겉은 그럴 듯 하지만 속은 보잘것없음을

이르는 '양두구욕(羊頭狗肉)' 고사성어가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