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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작은 조짐에 큰 위기를 예감한 기자와 견미지저(見微知著)

물아일체 2022. 7. 12. 08:04

기자(箕子)는 기자조선설, 기자 동래설 등과 관련해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기원전 12세기경 고대 중국 은(상)나라 말기에

기자, 비자, 미자라는 세 명의 어진 현인이 있었는데,

은나라가 망하자 그 중 한 사람인 기자가 동쪽으로

와서 고조선의 왕이 되었다는 것이 기자 동래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자 동래설은 현재 우리 사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고고학적 사료가 없는데다, 일부 역사서는 후대에

조작된 흔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미지저(見微知著)'라는 고사성어는 일의 미세한

조짐을 보고(見微, 견미) 나아갈 방향이나 나타날

결과를 안다(知著, 지저)는 뜻으로, 사소한 것에서

장차 벌어질 큰 일을 예감한다는 의미이다.

 

'견미지저' 고사성어를 이야기 할 때면 거의 빠짐없이

인용되는 기자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이자 폭군의 대명사인 주왕이

어느 날 "이제부터 식사를 할 때 그 동안 사용하던

나무 젓가락 대신 상아 젓가락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신하인 기자는 임금의 사치가

앞으로 더욱 심해져 나라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예언하며 걱정했다.

 

상아 젓가락을 쓰게 되면 그에 걸맞는 옥 그릇을 

찾게 될 것이고, 이어서 요리나 의복도 사치스럽게 

될 것이며, 궁궐도 호화롭게 꾸미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주왕에게 사치에 빠지지 말 것을 간언했지만,

주왕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기자의 예상은 적중해 주왕은 점차 애첩 달기와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향락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다가 주나라 무왕과 강태공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결국 은나라는 멸망했다.

 

상아 젓가락이라는 작은 조짐에서 나라의 멸망이라는

큰 변화를 예감한 기자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견미지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의 경우처럼, 일이 커지기 전에 초기에 잘

대응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문제를

제때 대처를 잘못해 훗날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를 때도 자주 인용된다.

 

큰 지진이 일어날 때는 몇 차례의 작은 지진이

먼저 오는 것이 보통이고, 큰 병이 나기 전에는

이런저런 잔병치레를 통한 예고가 있으며,

조직이 위기에 처할 때도 일정한 조짐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자연현상이든, 병이든, 조직이든,

큰 일이 터지기 전에 작은 조짐을 알아채고 분석해,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권이 출범한지 두 달 밖에 안 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하락을 거듭해

데드크로스 수준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요 며칠 많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뉴스에 따르면 정작 대통령 본인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별 의미가 없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생각된다.

 

지지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묵묵히 국정을

추진해 나갈 필요도 있겠지만, 민심의 작은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자칫 국정 운영의 동력 상실이라는

크고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승리감에 도취되어

교만해지고, 전 정권과 다름 없는 내로남불에 빠져

국민의 눈 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보인다면

여론은 순식간에 등을 돌릴 것이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

"악마는 디테일, 즉 작은 것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작은 부분을 놓치면 결국 모든 것을 놓친다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다.

 

아무리 정책과 개혁의 취지가 좋고,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과 절차, 그에 임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면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민의를 무시하면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의 걱정과 실망이 더 커지기

전에 '견미지저' 고사성어의 뜻을 살펴, 보다 진지한

자세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현명함을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