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을 나타내는 한자 붕(朋)은 육달월((肉月)부 두 개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두 개의 몸에 하나의 영혼, 즉 뜻이
같은 동지를 의미한다.
공자는 道不同 不相爲謀(도부동 불상위모), 뜻이 같지
않으면 함께 도모하지 않는다고 했다.
벗의 또 다른 한자 우(友)는 왼손 좌(?)와 오른손 우(又)를
포개 놓은 모양이다.
서로 손을 잡고 의기투합하는 동무를 뜻한다.
살면서 나를 진정 알아 주는 친구 한 명만 얻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人生得一知己 死而無憾
(인생득일지기 사이무감)
세한도에는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논어의 글귀와 함께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의 長毋相忘(장무상망) 네 글자의
인장이 찍혀 있다.
김정희는 멀리 제주도에 귀양 와 있는 자신을 잊지 않고
청나라에서 구한 귀한 책을 보내주는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세한도를 그려 주었다,
지금도 그림에서는 세한도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
이야기와 함께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우정이 느껴진다.
지음지교(知音之交) 고사는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가 자신의 연주 소리를 듣고 거기 담긴 뜻을 이해해 주던
친구 종자기가 죽자 이제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 주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며 현을 끊어 버린 일화에서 유래했다.
나의 소리를 듣고 나를 알아주는 친구, 마음까지 통하는
친구를 뜻하는 지음은 깊은 우정을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평을 듣는다..
나를 나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
生我者父母, 知我者鮑叔
(생아자부모, 지아자포숙)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제나라 환공에게 재상으로 천거해 준
포숙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공자는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는 것을 즐거워 했고,
맹자는 벗이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니 둘 사이에
다른 무엇이 끼어들면 안 된다고 했다.
또한 좋은 벗을 사귐에 있어서는 나이의 많고 적음,
신분이나 직위의 귀하고 천함, 형제나 가문의 권세 등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세 가지 도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不挾長 不挾貴 不挾兄弟 (
불협장, 불협귀, 불협형제)
가난하고 미천할 때 사귀던 친구는 잊을 수 없고,
고생을 함께 겪은 아내는 집에서 내칠 수 없다.
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빈천지교불가망, 조강지처불하당)
후한 광무제는 과부가 된 자신의 누이동생과 신하인
송홍을 맺어 주려고 "속언에 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꾼다고 하는데 이것이 인정인가?"
하며 은근 슬쩍 송홍의 마음을 떠보았다.
이에 송홍이 지조 있게 거절의 뜻을 담아 광무제에게
했던 말이다.
술 마시고 먹고 놀 때는 형 아우 하는 친구가 수 천이더니,
급하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모두 외면하고 도와주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담백하여 오래가지만,
소인의 사귐은 단술같이 달아 금방 싫증이 난다. .
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若醴
(군자지교담여수, 소인지교감약예)
좋은 친구와 함께 가면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인품과 향기가 몸에 배어들지만,
상식이 없는 친구와 동행하면 뒷간에 앉아 있는 것처럼
고약한 냄새가 몸에 밴다.
好人同行 如霧路中, 無識人同行 如厠中坐
(호인동행 여무로중, 무식인동행 여측중좌)
공자는 유익한 벗과 해로운 벗에는 각기 세 가지가 있는데,
정직한 벗, 성실한 벗, 견문이 많은 벗은 유익하고,
허울만 좋고 진실성이 없는 벗, 아부하고 굽실대는 벗,
그럴싸하게 말을 잘하는 벗은 해롭다고 했다.
동성상응 (同聲相應), 같은 소리는 서로 메아리를 친다.
친구 사이에는 이런 메아리, 울림이 있어야 한다.
소나무가 무럭무럭 크는 걸 보고 잣나무가 기뻐하듯
벗이 잘 됨을 질투하지 않고 함께 기뻐하는
송무백열(松茂柏悅)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마음 맞는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먼 길, 험난한 인생
여정도 지루하거나 힘든 줄 모르고 즐겁고 행복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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