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
여름 내내 푸르름 일색이던 산과 나무들이
하나씩 둘씩 붉은 색으로 또는 노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가을의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까닭은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의 단풍 때문이다.
단풍은 붉은 색이 노란 색을 강요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노란 색은 붉은 색을 강요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
단풍은 통일성을 요구하지 않고 서로의 다양한 색깔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사람들에게
단풍은 무언의 교훈을 전하고 있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같음을 강요하지 않고,
소인은 같음을 중요시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다.
나무는 한여름의 무성했던 잎들을 미련을 두지 않고
하나도 남김없이 낙엽으로 떨군다.
여름철 비 바람에도 끄덕 않고 버텨온 나뭇잎들이지만
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
자신을 비우고 낮은 곳으로 내려 앉는다.
낙엽은 끝없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무언의 질책이다
知足常足 終身不辱, 知止常止 終身無恥
(지족상족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
만족할 줄 알아 늘 만족해 하면 평생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아 늘 그친다면 평생 부끄러움이 없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한자 가을 추(秋)는 벼 화(禾)에 불 화(火)가 합쳐진 글자로,
뜨거운 햇볕을 받아 여문 곡식을 수확하는 계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석주 시인은 '대추 한 알'에서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라고 노래했다.
가을의 풍요로움은 거저 생겨난 것이 아니며
지난 날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낸 수고에 대한
보상이다.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천고마비는 가을을 수식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오래된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역사의 아픔이 서린 문장이 세월의 흐름 속에 가을을
미화하는 표현으로 바뀐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고대 중국에서 북방의 흉노족들은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쳐내려 올 채비를
했다.
그것은 유목민인 흉노족이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의
방편이었다. 이 때문에 변경에 사는 한족들은 가을이 오면
걱정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할아버지 두심언이 북쪽 변방을 지키는
친구에게 가을이 오니 흉노의 침입을 조심하라며 보낸
편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을은 세월을 실감하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이제 하루하루 떨어지는 기온을 피부로 느끼며
올 한 해의 남은 날들을 세기 시작한다.
저 만큼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이고 아쉬움과 조바심 속에
해를 넘기기 전에 꼭 챙겨야 할 일과 내년으로 미룰 것들을
구분하는 마음이 분주해진다.
가을은 코스모스와 국화의 계절이다.
신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꽃을
만들고는 '코스모스(cosmos)' 즉, '우주'라고 하는 멋진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꽃을 처음 만들다 보니 다 똑같게 만들지 못하고
만들 때마다 꽃의 색깔과 모양이 조금씩 달라져 다양한
종류의 코스모스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드는 꽃이기도 하다.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국화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린다.
서릿발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나는 오상고절(傲霜孤節)의
국화는 원숙한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가꾼 사람의 정성이 오롯이 담긴 국화 분재도 좋지만
길가에 심어 놓은 작고 소박한 소국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오는
상큼하고 기분 좋은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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