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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한가위 보름달 낭만

물아일체 2018. 9. 20. 09:37

한가위가 되면 사람들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고생 끝에 거둔 풍요로움에 감사하고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하는 전래동요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나무

토끼 마리...’로 이어지는 윤극영의 창작동요 '반달'처럼

특히 보름달에는 동심과 낭만, 신비로움이 가득 서려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인간을 최초로 착륙시키고

많은 우주 탐사선이 오가면서 달에 대한 신비감은

약해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달을 보며 정겨움을

느끼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아득한 옛날부터 민속신앙의 가운데 있던 달은

나라마다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한가위에 해당하는 중국 중추절의 주인공은

달의 여신 항아(姮娥)라고 있다.

 

중국인들이 중추절에 즐겨 먹거나 선물하는 월병

(月餠, 달떡 또는 달과자) 포장에는 달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선녀가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가 바로 항아이다.

 

고전문학에서 미인을 묘사할 자주 쓰던

“월궁(月宮) 항아”라는 표현 덕분에 우리에게도

크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달 탐사 우주선의 이름을 '항아'라고

명명했는데, 수천 년 동안 전해오는 전설과 첨단

과학기술의 접목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항아가 달의 여신이 자초지종 대해서는 버전이

조금씩 다른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고대 중국 신화에 예(羿)라는 명궁이 있었다.

천상에 살고 있던 예는 천제의 명령으로 미녀 아내인

항아와 함께 인간세계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개의 해가 떠서 고통을 받고 있는

인간을 위해 아홉 개의 해를 활로 쏘아 떨어뜨리고

개만 남겨 놓았다.

 

이로 인해 예는 인간세계를 구한 영웅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인간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아내 항아는 인간세상에서 사는 것이 불만이었다.

 

어느 날 항아는 남편에게 곤륜산 서쪽에 있는

삶과 죽음의 여신 서왕모를 찾아가 불로불사약을

얻어 오라 했고, 예는 서왕모로부터 불로불사약인

천도 복숭아를 얻어왔다.

 

서왕모는 예에게 복숭아 개를 주면서 항아와 하나씩

나눠 먹으면 함께 불로불사하겠지만, 사람이 욕심을

개를 먹으면 천신(天神)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예는 복숭아 개를 항아에게 맡기고 잠시 집을 비웠는데

  사이에 항아가 개를 모두 먹어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둥둥 떠서 하늘로 올라가더니

월궁으로 가게 되었고, 그 후 항아는 달에서 선녀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교사상이 보급되면서 남편의 말을 거역하고

불로불사약을 훔쳐먹고 달아난 여인이 달에서 선녀가

되었다는 것은 전설이라 해도 옳지 않다는 비판이

차츰 생겨났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달 속의 항아는 벌을 받아서

보기 흉한 두꺼비로 변했다고 하는 전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념의 필요에 따라 전설의 일부 내용이

수정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에서 계수나무와 떡방아 찧는

토끼를 주로 상상한다.


전설에 의하면 불심이 깊은 토끼가 굶주린 노인을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구덩이에

던졌는데, 이를 가상히 여긴 수호신이 토끼를

환생시켜 달로 보냈다.

그리고 달에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계수나무로

약을 만드는 절구질을 하며 지내게 했다는 것이다.

 

''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인물은 당나라 시인 이백이다.

이백은 하늘나라에서 귀양 신선 , 적선(謫仙)이라

불릴 만큼 달을 좋아해 그의 시에는 술과 함께 달이

자주 등장한다.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거두망명월, 저두사고향)

머리 들어 밝은 달 바라보고, 머리 숙여 고향을 그리네.

달밤의 향수를 표현한 시 '정야사(静夜思)'

한 구절이다.


술의 시인이자 달의 시인 이백은 채석강에서

술을 마시고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고

할 만큼 죽음 조차 달과 연관된 전설이 되었으니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조선시대 여인들에게는 달의 정기를 몸 속 깊이

들이 마셔 기력을 보강하는 흡월정( 吸月精)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전통 음양설에 의하면 태양은 양이고 달은 음이며,

남자는 양, 여자는 음이라 여인들이 음기가 충만한

보름달의 정기를 받으면 임신과 출산에 좋다는 속설이

반영된 것이다.

 

올 한가위에는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보름달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 찧는 토끼를

찾아보면 어떨까.

이웃나라 전설이지만 달 속의 선녀 항아나 두꺼비도

그려 보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더욱 재미있겠다.

 

어린 시절 밤길을 걸을 때 집까지 따라오며 어두운

시골길이나 골목길을 밝혀주던 둥근 달이 고맙게

느껴졌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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