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풍도의 '구화지문(口禍之門)'

물아일체 2024. 2. 15. 00:00

"세 치 혀 밑에 도끼가 놓여 있다.",

"세 치의 혀가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말의 위험성을 표현하는 속담들이다.

 

말로써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출세를 하기도 하지만

낭패를 보기도 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설화(舌禍)

당하기도 한다.

지혜롭게 사용하면 유용하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더없이 흉측한 무기로 변하는 것이 우리 입 속의 세 치

혀이자 말이다 

 

 

현대인들에게는 혀 밑에 든 도끼뿐만 아니라 손가락

끝의 도끼도 그에 못지 않은 흉기가 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가 사람들 사이의 일상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때문이다.

 

준 사람은 금방 잊어도 받은 사람은 평생 못 잊는

것이 말이다.

말로 입은 마음의 상처는 칼로 베인 육신의 상처보다

훨씬 깊고 아프고 오래간다.

 

"조적조, 조국의 적은 과거의 조국이었다."
"과거의 조국이 현재의 조국을 찔렀다."


지난 정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나왔던 언론 보도의 제목들이다. 

과거에 그가 남들에게 했던 말과 글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그를 향한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우리는 적지 않은 인사들이 과거에 했던 말이나

SNS에 올렸던 글로 인해 곤혹을 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쏟아내는 현란한

말들이 당장은 그에게 명성을 안길 수도 있지만, 

특정한 사안으로 검증대에 섰을 때에는 본인을

아프게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것이다.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舌是斬身刀 (설시참신도)

閉口心藏舌 (폐구심장설)

安身處處牢 (안신처처뢰)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

 

풍도(馮道)라는 사람이 지었다고 하는 설시(舌詩)이다.

이 시에서 유래한 '구화지문(口禍之門)'은 '입은 재앙의

문'이라는 뜻으로, 말로써 빚어지는 설화를 경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풍도는 AD 10세기 중국 당나라가 망한 후에 들어선

5대 10국의 혼란기에 다섯 왕조에 걸쳐 열한 명의

임금을 섬기며 20여 년간 재상을 지낸 유학자로,

처세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가 이처럼 영달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말 조심을

처세의 기본으로 삼았던 덕분이다.

 

가난한 농민 출신으로 오로지 자기 능력만으로 재상까지

오른 풍도는 말과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잘 알았다.

그래서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구분하고,

말을 할 때와 안 할 때를 알았다.

 

풍도는 당시에는 대유학자로 크게 존경을 받았으나,

충절을 군자의 기본적인 덕목으로 보았던 후대의

유학자들은 여러 번 바뀐 황제를 섬긴 그의 처신을

두고 지조 없는 기회주의자 또는 변절자라며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조선의 10대 임금 연산군은 자신의 폭정에 대한

조정 신료들의 간언을 막기 위해 풍도가 쓴 설시의 

한 구절을 담은 신언패(愼言牌)를 만들어 내관은 물론

조회에 참석하는 대신들의 목에 걸고 다니도록 했다.

좋은 글이 폭군의 입 단속 수단으로 쓰이고 만

것이다.

 

 

多言數窮 不如守中 (다언삭궁 불여수중)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니, 가슴에 담아둠만

못하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입속의 말은 내가 지배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나를 지배한다.”는 말도 새겨둘 만하다.

 

4.10 총선이 이제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거친말,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선심성 발언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부디 한 마디의 말을 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한다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의 자세로 말을 입 밖으로 

내놓을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