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구폐요(跖狗吠堯 발바닥 척, 개 구, 짖을 폐,
요임금 요)'란 '도척의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도 짖는다'는 뜻으로, 개는 자기가 섬기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도척의 개'라는 뜻의 '도척지견((盜跖之犬)' 또한
'척구폐요'와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인데, 자기에게
도움을 주거나 이익이 되는 사람에게는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맹종하는 사람을 빗댄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도척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백성을 유린하고 약탈을
일삼으며, 인육으로 회를 뜰 정도로 잔인해 악명이
높았던 도둑이다.
한나라 무제 때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일화이다.
초한전쟁에서 유방이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를
통일한 뒤, 개국공신의 한 사람인 한신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첩보가 있었다.
이에 유방은 즉시 한신을 체포하고, 반란을 부추긴
한신의 책사 괴통을 잡아와 "팽(烹)", 삶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잡혀온 괴통은 억울하다며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도척이 기르는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보더라도
짖습니다.
그것은 요임금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는 주인 아닌 사람을 보면 짖는 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주인은 한신 장군이었으며, 그때 저는 폐하를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 황제가 되고 싶어한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능력이 모자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그들 모두를 삶아 죽이시겠습니까?"
괴통은 한신을 도척에 빗대고, 자신은 개로 비유해
낮췄으며, 유방을 요임금에 비견되는 성군으로 높여
말함으로써 유방에게 아부를 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유방은 기분이 좋아져 괴통을 용서해
방금 전에 내렸던 사람을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을
취소하고 "석(釋)", 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괴통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천하 제일의 책사다운 언변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결국 시의 적절하게 사용된 사자성어 하나가
목숨까지도 살린 것이다.
괴통은 초한전쟁 당시 한나라 유방을 위해 항우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대장군 한신에게 유방으로부터
독립해 항우와 더불어 천하를 삼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후한 말 삼국시대 제갈량이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한 것 보다 3백 년이나 앞선 때의 일이었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의 한신이 유방을 배신할 수 없다고
거절하는 바람에 괴통이 제안한 천하삼분지계는
실현되지 못했다.
초한전쟁이 유방의 승리로 끝난 뒤 한신은 반역의
누명을 쓰고 토사구팽의 죽임을 당하는 신세가 되자
지난 날 괴통이 제안한 천하삼분지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얼마 앞둔 우리나라 정치판
이곳 저곳에 도척의 개가 눈에 띈다.
일부 정치인들이 본인은 물론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자존감까지도 내팽개친 채 기꺼이 도척의 개가 되어
당 대표를 무조건 옹위하거나 상대 당 또는 상대 계파를
비난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태는 당 대표에게 잘 보여서
공천이라고 하는 개밥을 받아 먹어야 자신의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4월 총선에서는 이런 도척의 개들을 걸러내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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