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제갈량의 '탄금주적(彈琴走賊)'

물아일체 2024. 1. 25. 00:00

AD 228년,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유비의 뒤를 이은 어린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나라를 치기 위해 출정한 1차 북벌 때의 일이다.

 

제갈량의 군대는 마속 장군의 경솔한 작전으로 군사적

요충지인 가정을 위나라 군에 빼앗기자 서둘러

철수준비를 했다.

제갈량은 모든 장수들에게 철수명령을 내린 다음,  

남은 5천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성(西城)으로 가서

군수 물자 운반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때 위군 대도독 사마의가 15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성으로 공격해 온다는 그 급보가 전해졌다.

당시 서성에는 장수는 한 명도 없고 단지 문관이

인솔하는 5천의 병력이 있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군량을 수송하러 나가는 바람에 성안에는 겨우

2500명 정도만 있었다.

소식을 들은 제갈량이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성에 꽂아놓은 깃발을 모두 치워 버리고, 성문을 활짝

열어 두거라.

그리고 20명의 병사를 일반 백성의 옷을 입힌 뒤

길을 쓸게 하라.

내게 따로 계책이 있으니 위군이 가까이 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태연히 길만 쓸고 있어야 하느니라."

 

 

"승상, 성문을 열면 안 됩니다. 지금 적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지금 그런 이유를 따질 시간이 없다. 어서 명령을

따르라."

 

그런 다음 제갈량은 성 밖에서 눈에 잘 띄는 성루  

난간에 앉아 거문고를 뜯기 시작했고, 잠시 후

사마의가 이끄는 대군이 제갈량이 있는 성으로

들이닥쳤다.

 

위군의 선봉이 성 가까이 당도해 바라보니 모든 성문이

활짝 열려 있고, 성 위에는 제갈량이 신선의 옷을 입고

태연자약하게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었다.

 

 

위군 대도독 사마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보고 의심을

품었다.

'제갈량은 무척 신중해서 위험한 계책을 쓴 적이 없는

인물이다. 이는 나를 유인하려는 속임수가 분명하다.

매복병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마의는 의심 끝에 공격을 단념하고 군사를 철수시켰다.

위나라 군대가 물러가자 제갈량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 번 다시 쓰지 못할 위험한 수였다."

 

병사들과 백성들은 적의 대군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과감한 명령을 내린 제갈량의 계책에 탄복했다.

시간이 지난 뒤 이런 사실을 안 사마의는 후회하며

"나는 도저히 제갈량을 따라갈 수가 없구나!"하며

탄식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제갈량이 거문고를 퉁기며 사마의가 이끄는

대군을 물리친 상황을 표현한 고사성어가 '탄금주적

(彈琴走賊 퉁길 탄, 거문고 금, 달아날 주, 원수 적)'이다.

 

의심은 의심을 낳아 의심이 있으면 더욱 의심이 생긴다.

사마의는 제갈량에 대한 선입관이 없었다면 당연히

서성을 쉽게 점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 대한 선입관이나 편견은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TV 드라마 속의 제갈량(공명)
TV 드라마 속의 사마의(중달)

 

탄금주적은 병법 36계 가운데 서른두 번째 계책인

공성지계(空城之計)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공성지계는 빈 성으로 적을 유인해 혼란에 빠뜨리는

계책이다.

 

자신의 힘이 상대에게 미치지 못 할 때는 탄금주적 같은

공성지계를 이용해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지혜를 발휘할

줄도 알면 상황을 반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