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漢)나라 때의 학자 한영(韓嬰)이 쓴
<한시 외전 정간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고대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 왕 수몽은
싸움을 무척 좋아하여 자국의 강대한 군사력만 믿고
이웃 나라를 수시로 침략하곤 했다.
그로 인해 오나라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곳간은
비어 나라가 멸망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도 오왕은 또 다시 인접해 있는 강대국인
초(楚)나라를 침공할 계획을 세웠다.
신하들은 상황이 오나라에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출병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오왕이 출병을 막는 자는 모두 사형에
처하겠다는 엄명을 내리자 대신들은 감히 나서지
못하였다.
이때 소유자(少孺子)라는 신하가 뜻을 굽히지 않고,
왕의 출병을 막을 방책을 생각했다.
그리고는 매일 아침 일찍 활과 화살을 들고 왕궁
후원에서 옷을 흠뻑 적신 채 배회하고 다녔다.
사흘째 되던 날 그의 행동은 왕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왕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길래 아침 일찍 옷을 적시게
되었는가?"
소유자가 대답했다.
"신은 아침 일찍 뒤 후원에 와서 황작(黃雀),
즉 누런 참새를 잡으려다 그만 연못에 빠졌습니다.
비록 옷은 젖었지만 오히려 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궁금하여 다시 물었다.
"황작을 잡다가 무슨 교훈을 얻었는가?"
이에 소유자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조금 전 신은 후원에서 새를 찾아 활 솜씨를 시험해
보려 했는데, 갑자기 나무 위에 매미 한 마리가 붙어
울고 있었고, 바로 그 뒤에는 사마귀 한 마리가
두 팔을 뻗어 매미를 막 덮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마귀 뒤에는 참새가 사마귀를 잡아먹으려
온 정신을 기울여 주시하고 있더군요.
신은 참새를 조준해 활을 쏜 뒤 땅으로 떨어진 새를
주우려고 달려가다 연못이 있는 것을 모르고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는 바람에 이렇듯 온 몸이 젖었습니다.
사마귀와 참새는 다 같이 눈앞의 이익만을 탐내고
뒤에 닥칠 위험은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 자신도 똑 같은 과오를 저질렀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얼마나 귀중한 교훈입니까?"
왕은 소유자의 말을 듣고 깊이 생각에 잠기더니
초나라 침공 계획을 포기하였다.
이와 유사한 내용이 도가(道家) 철학자인 장자가 쓴
<장자 산목편>에도 나온다.
어느 날 장자가 밤나무 밭을 지나가다 까치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까치를 향해 돌을 던지려는데 까치는 자기가 위험에
빠진 것도 모르고 앞에 있는 사마귀를 잡아 먹으려고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마귀는 뒤에서 까치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매미를 향해 두 팔을 쳐들고 있었고,
매미는 그것도 모르고 세월을 노래하고 있었다.
장자는 순간 "눈앞의 이(利)만 추구하는 자는 해(害)를
자초한다"고 탄식하며 돌을 내려 놓았다.
그때 밤나무지기가 나타나 장자가 밤을 훔치는 줄 알고
야단을 쳤다.
까치를 겨누던 장자도 자기를 지켜보던 밤나무지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세상에 진정한 승자는 없다.
같은 시공간에서 장자와 까치, 사마귀, 매미가 모두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상대를 잡으려 하지만, 그 누구도 최후의
승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상의 두 일화에서 유래한 '당랑포선(螳螂捕蟬
사마귀 당, 사마귀 랑, 붙잡을 포, 매미 선)'은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다'는 뜻으로, '닥쳐올 재난은
모른 채 눈앞의 이익에만 정신이 팔린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당랑포선 고사성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출세와 재물 욕심에 빠진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모닥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지나친 욕심으로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다가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직장인들은 위만 쳐다보고 지내다가는 옆 자리의
동료나 아래의 후배에게 예상치도 못했던 일격을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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