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의 수도 카이펑부(開封府, 개봉부)의
부윤이었던 포청천의 본래 이름은 포증(999 - 1062년)
이다.
포증은 공정하고 강직하며 사사로움이 없이 백성들의
억울함에 귀를 기울였기에 백성들은 그가 자신들에게
희망을 주는 푸른 하늘과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포청천(包靑天)이라 불렀다.
포청천은 여러 관직을 역임하면서 일을 공명정대하게
수행하고 추호의 비리도 용납하지 않았으며,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자기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했던
청백리였다.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세가들의 탐욕과 비리를
엄하게 다스린 포청천의 일화는 오늘날까지 수많은
소설, 연극, 드라마로 되살아나고 있다.
1994년 국내 TV에서 방영된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서 그가 던지는 마지막 호령 "개 작두를
대령하라!"는 추상같은 판결은 드라마의 백미였다.
포청천이 카이펑부의 부윤이 된 것은 1056년 송나라
인종 원년 때의 일이다.
인종은 부패가 만연한 카이펑의 풍기를 바로 잡고자
포청천을 카이펑 부윤으로 임명한 것이다.
당시 카이펑부 부윤은 시장으로서 수도 행정은 물론,
재판까지 담당하는 판관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였다.
송나라 역사를 기록한 <송사>에 포청천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은 황하가 맑아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그는 공무를 수행하느라 웃을
여유 조차 없었다.
포청천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이는 '철면무사(鐵面無私)'란
'공직자가 일을 처리할 때는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엄격하게 처리
한다'는 의미이다.
포청천을 상징하는 철면무사의 철(鐵)이라는 글자의
이미지 때문에 미디어에서는 포청천을 묘사할 때
얼굴을 철과 같이 거뭇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중국 경극에서는 간사한 사람은 하얀 얼굴, 관우
같은 영웅은 빨간 얼굴, 포청천 같이 공정하고 강직한
사람은 검은 얼굴로 분장을 한다고 한다.
'철면무사'라는 고사성어는 조설근이 쓴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 홍루몽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쓰이게 된 데에는 포청천의 영향이 크다.
포청천은 카이펑부 부윤이 되기 전 단주 지주를 지낸
적이 있다.
단주는 최상급 벼루인 단연의 생산지로 이름난 곳으로,
단주 지주는 으레 조정에 바쳐야 하는 공물 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단연을 거둬서 이를 조정의 고위관리에게
뇌물로 바치곤 했다.
하지만 포청천은 오직 조정에 바쳐야 할 수량만큼만
벼루를 만들게 했고,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단 한 개의
벼루도 사적으로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포청천은 단주 지사로 근무할 때 ‘단주 관저의 벽에
쓰다(書端州郡齋壁, 서단주군제벽)’라는 공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시를 쓰기도 했다.
"깨끗한 마음은 다스림의 근본이고,
올바른 도리는 수신의 원칙.
좋은 재목은 마침내 동량이 되고,
굳센 강철은 구부러지지 않는 법.
곳간이 가득하면 쥐와 참새가 기뻐하고,
풀이 없으면 토끼와 여우가 근심하리.
선현께서 가르침을 남기셨으니,
후세에 부끄러움 남길 짓 하지 말라."
포청천은 죽을 때 “내 자손들이 벼슬을 하면서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고,
죽은 뒤에는 선산에 묘를 쓰지 못하게 하라”고 유언을
했다고 한다.
실로 포청천다운 기개와 성품이 서려있는 유언이다.
공직자들은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단호하고 사사로운 정에 휩쓸리지 않는
철면무사가 되어야 한다.
2024년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포청천과 같은
청렴하고 강직한 철면무사의 공직자를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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