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달생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기원전 8세기 경, 고대 중국에서는 닭싸움이 성행해
왕부터 서민까지 닭싸움을 즐겼다.
주나라 선왕도 닭싸움을 몹시 좋아해 당대 최고의
싸움닭 조련사인 기성자라는 사람에게 자신의 닭을
맡기면서 최고의 싸움닭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닭을 맡긴지 열흘이 지나고 왕이 기성자에게 물었다.
"닭이 싸우기에 충분한가?"
기성자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아직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 교만을 떨치지 않는 한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서 왕이 묻자 가성자가 대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이제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움직임에
너무 쉽게 반응합니다."
또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묻자 기성자가 대답했다.
"여전히 부족합니다.
교만함과 조급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지나치게 매섭고 공격적입니다. "
왕은 또 열흘을 기다렸다가 물었다.
그제야 조련사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는 싸우기에 충분합니다.
상대의 소리와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합니다.
이제 나무로 깎아 만든 목계와 같이 되었으니
다른 닭들은 그 모습만 봐도 도망갈 것입니다."
이 일화에서 유래한 '목계지덕(木鷄之德)'은
'나무로 깎아 만든 닭의 품성'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감정을 완전하게 통제하면서,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노출시키지 않는 안정된 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자신의 광채나 매서운 눈초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을
목계지덕을 지녔다고 한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 나무로 만든
닭과 같은 '목계지덕'을 지녀야 한다.
자기 힘만 믿고, 자기 잘난 것만 믿고 허세를 부리다간
고수들을 만나서 한 번에 당할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잘나고 강해도, 나보다 더 센 강자들은
항상 나타나기 마련이다.
세계 바둑계를 평정했던 이창호 기사나, 세계 골프계의
정상에 올랐던 신지애 프로, 두 사람의 별명은 모두
'부처'였다.
그들은 유리한 상황이건, 어려운 상황이건 간에 얼굴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기로 유명해 그 같은 별명이
붙은 것이었다.
마치 나무를 깎아 만든 목계와 같은 외유내강의 품성이
있었기에 그들은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훗날 자신의 뒤를
이을 3남 이건희가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삼성에
처음 출근했을 때 '목계지덕'이라는 휘호를 써주고
마음에 새기게 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어 흥미롭다.
예로부터 닭은
서로 불러 함께 먹이를 취하는 인(仁),
싸움에 임했을 때 물러서지 않는 의(義),
머리에 의관을 바르게 쓴 예(禮),
항상 경계하며 지키는 지(智),
어김없이 때를 알리는 신(信) 등
‘인의예지신’, 다섯 가지 덕을 지닌 동물로 여겨져
왔는데, 여기에 목계의 덕까지 갖춘다면 지도자의
자질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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