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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당 태종과 위징의 '이인위경(以人爲鏡)'

물아일체 2023. 11. 6. 04:00

당 태종 때의 정치가 위징의 흉상

 

위징은 AD 7세기 당 고조 이연의 아들들이 황제

자리를 놓고 골육상쟁을 벌일 때 황태자인 이건성의

편에 서서 동생 이세민을 죽이라고 간언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동생인 이세민이 형 이건성을 죽이고 권력투쟁의

승자가 되었고, 2대 황제 태종으로 즉위한 이세민은

정적이었던 위징의 인품과 지략을 높이 평가해 그를

죽이는 대신 발탁하여 중용했다.

 

민의 전달을 위한 집회 모습

 

君舟民水 水則載舟 水則覆舟

(군주민수 수즉재주 수즉복주)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태종 이세민의 신하가 된 위징은 순자의 위 문장을

인용해가며 간언을 했는데, 그의 간언은 준엄했으며,

때로는 태종을 정면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태종 이세민은 위징의 간언에 화를 내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200여 차례에 이르는 그의 간언을 대부분

받아들여 선정을 베풀어 '정관지치'라고 불리는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당 태종에게 간언하는 위징의 모습

  

당 태종이 위징을 비롯한 신하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정관정요'는 제왕학 또는 정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군주와 리더들이 읽고 새겨야 할 내용이 많이 수록된

책으로, 여기에 당 태종이 자신을 바로잡는 세 개의

거울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 나온다.  

 

 
"
나에게는 세 개의 거울이 있다.

그 첫째는 동경(銅鏡), 즉 청동 거울로, 얼굴과 의관을

비춰보며 용모를 단정히 한다.

둘째는 사경(史鏡), 즉 역사의 거울이다.  
 
나는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고 오늘의 교훈과 경계로

삼는다.
셋째는 인경(人鏡)으로, 나는 사람을 거울로 삼아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바르게 하려

노력한다."   

 

당 태종이 언급한 '세 개의 거울' 가운데 인경(人鏡)

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위징이다.
정관 16년, 위징이 죽자 당 태종은 "나는 오늘 세 개의

거울 가운데 하나인 위징이라는 인경(人鏡)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이인위경(以人爲鏡)'은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원래 서경에 나오는 문장인데, 당 태종과 위징의 일화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위징이 죽은 지 2년 후 당 태종은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그러나 고구려의 양만춘이 지키는 안시성을 60일 동안

공격했지만 날씨가 추워지고 전세가 불리해지자 결국

빈 손으로 철군을 하게 되었다.

 

이때 당 태종은 "위징이 살아 있었다면 고구려 정벌을

막았을 텐데..."라고 말하며 위징이 죽고 없음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한다.

 

샘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나르키소스(카라바조)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 

물을 거울로 삼으면 얼굴이 보이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길흉을 안다”

<묵자>에 나오는 글귀이다.   

 

거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어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며

말과 행동을 바로잡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때

자신은 부결 표를 던졌다는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어느 야당 국회의원이 있었다.

그는 아마도 개딸들의 문자폭탄 같은 리액션을 자신의

거울로 삼고 있는 것 같다.

 

良藥苦口利於病 (양약고구이어병)

忠言逆耳利於行 (충언역이이어행)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유익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위징과 같은 쓴 소리를

하는 사람 거울, 즉 인경(人鏡)을 늘 곁에 두고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바로잡는다면 3류 또는 4류

소리를 듣는 우리나라 정치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