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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한비자와 '제궤의혈(堤潰蟻穴)'

물아일체 2023. 10. 12. 04:00

한비자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어려운 일은 쉬운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큰 일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 길이나 되는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큰 집도 굴뚝 틈새로 새어 나온

작은 불티 하나 때문에 잿더미로 변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기원전 3세기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을 완성한

한비자가 지은 책 <한비자>에 나오는 내용으로,

'천 길이나 되는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말에서 유래한 '제궤의혈(堤潰蟻穴 제방 제, 무너질 궤,

개미 의, 구멍 혈)'은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로 큰 일을

망치게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비자는 '제궤의혈'의 예로 고대 중국 주나라 시대의

전설적인 명의 편작과 채나라 군주인 환후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편작

 

"편작이 환후를 보고 병이 피부에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환후는 자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편작의 말을 무시했다.

 

닷새 뒤에 편작이 환후를 다시 만나 병이 혈맥에

들었으니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증세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환후는 역시 듣지 않았다.

 

다시 닷새 뒤에 찾아온 편작이 병이 위장에 들어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더 깊이 들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나 환후는 이번에도 듣지 않았다.

 

또 닷새가 지나 편작은 환후를 만나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아무 말없이 돌아갔다.

환후가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묻자 편작이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고,

혈맥에 있을 때는 쇠침과 돌침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장과 위에 있을 때는 약술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까지 스며들어가면 운명을 관장하는

신조차도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환후의 병은 이제 골수에 들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환후는 닷새 뒤부터 병이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급히 사람을 보내 편작을 찾았으나

편작은 떠나고 없었다.

환후는 결국 얼마 후 병으로 죽고 말았다."

 

1995년 삼품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 5백여 명이 사망하고, 9백여 명이 부상을 입은 큰 재난이었다.

                                 

큰 재난은 방심과 사소한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다.

작은 결함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손을 쓰지 않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의 좋았던 관계도 작고 하찮은 일에서

틀어지기 시작해 나중에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커지기 전에 초기에 처리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제때 대처를 안 해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실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때 느껴지는 기운을

조짐이라고 하는데, 큰 병이 나기 전에는 이런저런

잔병치레의 조짐이 있고, 조직이 위기에 처할 때도

조직 내에 유언비어가 돌거나 퇴직률이 높아지는 등

일정한 조짐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병이든 조직이든 큰 일이 터지기 전에 작은

조짐을 알아채 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http://www.seoidream.co.kr/

(필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서이드림내과입니다.

내시경, 건강검진 등이 필요하신 분은 참조해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