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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논어>와 <삼국지>의 '우도할계(牛刀割鷄)'

물아일체 2023. 10. 26. 04:00

공자의 수제사 자유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자유(子遊)는 중국 춘추시대 공자의 뛰어난 제자

열 명을 일컫는 공문십철(孔門十哲)에 포함될 정도로

학문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자유는 노나라에서 읍재(邑宰)라는 하급 벼슬에 올라

조그만 읍인 무성을 다스리면서 공자에게 배운 대로

예악으로 백성들을 교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었다.

 

 

어느 날 공자가 자유를 만나러 무성으로 갔다.

그때 마을 곳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공자는 빙그레 웃으며,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割鷄焉用牛刀 할계언용우도)”라고

말했다.

 

공자가 이처럼 말한 것은 자유가 한 나라를 다스릴

만한 훌륭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무성과 같은 작은

읍에서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공자의 본심을 몰랐던 자유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예전에 선생님계서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도()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

 

공자의 말을 예악과 같은 큰 도()를 무성 같은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 데 쓰는 것을 나무라는 것으로

오해한 자유가, 자신은 선생님께 배운 대로 예악으로

고을 사람들을 다스리고 있다고 항변한 것이다.

 

자유의 말을 들은 공자는 구태여 자신이 했던 말의

진심을 변명하지 않았고, 단지 “자유의 말이 옳다.

내가 한 말은 농담으로 한 것일 뿐이다.”라고 했다.

 

공자의 말에서 유래한 ‘우도할계(牛刀割鷄)’는

'소를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 큰 대책을 쓰거나, 능력이 큰 사람을

작은 일에 쓰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소설 삼국지에도 '우도할계' 성어가 사용된 장면이

나온다. 
동탁이 권력을 잡고 횡포를 부리자 전국의 제후들은

원소를 수장으로 반동탁 연합군을 결성해 동탁을

압박했다.

 

이에 동탁이 삼국지 최고의 싸움꾼인 여포를 보내

사수관에 모인 제후 연합군을 공격하려 하자 휘하 장수

화웅이 나서며 말했다. 

 

"그까짓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려 합니까?

여포 장군께서 직접 나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나가서 간단히 처리하겠습니다."

 

화웅의 이 말은 여포를 소 잡는 칼에 비유하고,

제후 연합군을 닭에 비유한 말이다.

말을 마친 화웅은 사수관을 향해 나아갔고, 제후 연합군

장수 여럿을 처치했다.

 

이 장면에 이어 소설 삼국지의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관우의 출정이 나온다.

화웅을 대적하러 나간 장수들이 연이어 죽자 연합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불안해 하며 더 이상 어떤 장수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자 드디어 관우가 자원하고 나섰다.

 

 

이때 조조는 관우를 격려하며 따뜻한 술 한 잔을

따라주고는 마시라고 권하지만, 관우는 "술이 식기 전에

돌아와서 마시겠다."고 말한 뒤 화웅에게 달려나가

청룡 언월도로 단번에 그의 목을 베었다.

 

 

화웅의 잘린 목을 들고 돌아온 관우는 그제서야 조조가

따라준 술잔을 들고 "음, 아직 술이 식지 않았군." 하며

술을 마신다.

 

소설 삼국지의 이 대목은 관우의 공적을 미화한 대표적

장면이지만, 정사 삼국지에서는 화웅을 죽인 인물이

관우가 아니라 훗날 오왕이 되는 손권의 아버지인

손견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직의 성패는 능력 있는 인재를 얼마나 모아서 어떻게

잘 쓰느냐 하는 지인선용(知人善用)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그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에

앉히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자리에 앉히는 일도

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