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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은(상)나라 탕왕의 '오청이윤(五請伊尹)'

물아일체 2023. 11. 20. 04:00

좋은 목수가 좋은 연장을 쓰듯 성공을 꿈꾸는 리더는

유능한 부하를 찾기 위해 노심초사 노력한다.

한나라 때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 은본기>에는

오청이윤(五請伊尹) 고사가 나온다. 

 

은(상)나라를 건국한 탕왕

 

BC 18 세기경 고대 중국 은(상)나라 시조인 탕왕은

초야에서 농사를 지으며 도를 실천하던 요리사 출신

이윤의 명성을 듣고 그를 신하로 쓰고 싶었다.

 

요리사 출신으로 중국 최초의 재상이 된 이윤

 

탕왕은 네 번씩이나 사람을 보내 이윤의 출사를

청했으나, 이윤은 탕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탕왕은 다섯 번째는 자신이 직접 마차를 몰고

이윤에게로 가서 함께 일할 것을 청하기로 했다.

 

이처럼 탕왕이 직접 마차를 몰고 간 것은 몇 번씩이나

같은 길을 오가며 탕왕의 심무름을 했던 마부가 불평을

하자 혹시나 그가 이윤 앞에서도 불만스런 표정을

보이지 않을까 염려해 마부를 남겨 놓고 간 때문이었다.

 

탕왕을 만난 이윤은 자신의 전공인 요리에 빗대어

치국의 도를 설파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모든 요리에 그에 맞는 요리법이 있듯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그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 때 솥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는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조미료를 언제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치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국에 어떻게 순응할 것이며, 어떤 법도를 시행할

것이냐는 모두 형세에 대한 관찰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공을 성취하고 천하를 얻으려면 조건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시기를 잘 파악해 과감히 결단해야 합니다."

 

이윤은 정치의 요체란 정세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있다고 보았다.

이윤의 수준 높은 정치 강론에 감명 받은 탕왕은

이윤을 재상으로 임명해 국정 전반을 이끌게 했다.

 

이 일화에서 유래한 '오청이윤(五請伊尹)'

'(탕왕이) 다섯 차례에 걸쳐 이윤의 출사를 청했다'는

뜻으로, 인재 영입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다.

 

재상이 된 이윤은 탕왕에게 걸왕과 그의 애첩 말희의

폭정으로 민심을 잃은 하나라를 정벌해 천하의 백성을

구할 것을 청원했고, 이에 탕왕은 군사를 일으켜

하나라를 멸망시켰다.

 

고대 중국의 문헌에 나오는 첫 번째 재상인 이윤은

이후 탕왕과 그의 아들이 은나라 건국 초기의 불안정을

극복하고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갈량을 얻기 위한 유비의 삼고초려

  

'오청이윤' 고사는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몸소 융중의 초가집으로 세 번이나

찾아갔던 일화에서 유래한 삼고초려(三顧草廬)

오리지널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청이윤'이나 '삼고초려'와 비슷한 상황과 의미로 

조조가 순욱을 책사로 맞아들이기 위해 그의 집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고 하는 '삼방순욱(三房荀彧)'

고사도 전해오고 있다.

 

'오청이윤'이든 '삼고초려'든 '삼방순욱'이든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라고 하겠다.

 

爭天下者 必先爭人 (쟁천하자 필선쟁인)

'천하를 다투려는 자는 먼저 사람을 다투어야 한다.'

크건 작건 일을 이루려면 그 일을 수행할 인재를

발굴하는 일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김행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와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

 

이따금씩 정부가 발표하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자질과 인성을 보면 실망감이 들 때가 적지 않다.

보다 참신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찾는

일에 좀 더 세심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人事萬事가 자칫 人事亡事가 될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