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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후한 양진과 왕밀의 '모야무지(暮夜無知)'

물아일체 2023. 12. 14. 04:00

AD 2세기경 후한(後漢) 때의 인물인 양진은 학식과

품성이 훌륭한 선비였다.

그가 동래 태수가 되어 부임하는 길에 창읍이라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창읍에는 오래 전 그가 관직에 추천했던 왕밀이 현령을

맡고 있었는데, 그가 밤늦게 금 10근을 가지고 찾아와

양진에게 바쳤다.

 

이에 양진이 말했다.

“나는 그대를 잘 알고 있는데, 그대는 나를 잘 모르니

웬일인가?”

 

그러자 왕밀이 대답했다.

“이것은 뇌물이 아니라 태수님이 지난 날 저를 현령으로

추천해주신 은혜에 대한 보답일 뿐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한밤중이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왕밀이 했던 이 말에서 유래한 '모야무지(暮夜無知

저물 모, 야, 없을 무, 지)'는 '어두운 밤중에 하는

일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뇌물이나 선물을

몰래 건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왕밀의 말을 들은 양진이 다시 말했다.

"은혜에 보답하려거든 더욱 정진하여 현령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열심히 하게나.

그리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거기다 그대가 알고,

나도 알고 있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

양진의 이 말을 들은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가져왔던

금을 도로 거두어 돌아갔다.

 

<후한서 양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일화에서 '모야무지' 고사성어와 더불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는 뜻의

‘천지 지지 자지 아지(天知地知子知我知)’라는 말도

생겨났다.

 

양진은 중국 관서지방 출신으로, 박학다식하고 청렴

결백한 인물이어서 사람들은 그를 '관서의 공자'라고

찬양했다.

양진은 고결한 자세를 유지해 태위(국방부장관)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가 태위로 있을 때 조정의 부패가 만연하자 수 차례

상소를 올려 간언하였으나 도리어 모함으로 파면 당하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하였다.

 

춘추시대 노자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서 성긴 듯 보이지만 놓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사사로이 하는 말이라도 하늘이 들을 때는

우뢰와 같이 크게 들리고, 어두운 방 안에서 제 마음을

속인다 해도 귀신의 눈에는 번개와 같이 밝게 보인다'는

말도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의 돈과 연루된 이런저런

사건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은 하나같이 "사실이

아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며 발뺌을 하고 있지만

결국엔 다 밝혀진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일수록 원칙을 버리고 쉽게 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싶다. 

그러나 그러한 유혹을 이겨냈을 때 삶은 더욱 빛난다.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은 몰래 돈봉투를 받아 국민의

피땀을 훔치는 부끄러운 도둑이 될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행동으로 국민의 마음을 빼앗는 착한

도둑이 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