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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조조의 '자가당착(自家撞着)'

물아일체 2023. 12. 28. 00:00

서기 198년, 후한 말 건안 3년 때의 일이다,
동탁의 잔당 장수(張繡)가 한나라의 도읍이었던

허도 남쪽 남양지방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황제인 헌제는 승상인 조조가 직접 나서서 그들을

토벌하겠다고 하자 성밖까지 나가서 조조의 군사를

환송했다.

 

때는 초여름이었다.
조조는 군사를 이끌고 보리가 잘 익은  들판을 지나는데,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조조가 곁에 있던 책사 곽가에게 물었다.
"
어째서 농부들이 보리수확을 하지 않는가?"
"
예, 농부들은 군사작전이 펼쳐지면 군대의 행패가

무서워 모두 달아나버립니다.
그 해악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그 지역 노인들에게 사람을 보내

불러 모은 후 술과 고기를 대접하며 그들을 안심시켰다.
"
나는 황제의 명으로 반란군을 토벌하러 가는 길인데,

만약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목을 칠 터이니 아무 걱정 말라."

그리고는 병사들에게 군량미가 될 보리밭을 밟으면 

참형에 처한다는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고, 병사들은

모두가 조심스럽게 행군을 하며 나아갔다.

 

그런데 조조가 탄 말이 말썽을 일으켰다.
보리밭에 있던 산비둘기 한 마리가 푸드득 날자

조조의 말이 놀라서 날뛰며 주변 보리밭을 망쳐 놓은

것이다.

 

 

난감해진 조조가 집법관을 불러 물었다.

"사령관인 내가 군령을 어겼다,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에 집법관이 대답했다.

"어찌 지존의 죄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조조는 갑자기  자신의 칼을 목에 들이대며

스스로 목을 찌르려는 시늉을 했다.
참모들이 달려들어 조조를 말렸다.

"놓아라, 내가 정한 군법을 나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려 하겠는가?"
"
아니옵니다, 법불가어존(法不可於尊), 법은 존귀한 

사람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승상의 생사는 군사 전체의 죽음과 같습니다."

부하들의 만류에 조조는 칼을 들어 자신의 머리칼을

싹둑 자르며 처형에 갈음하기로 했다.

이후 군사들은 농민에 대한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작전을 펼쳤고 반란군도 진압할 수 있었다.

 

거미줄에 잠자리 나비는 걸리지만 큰 새는 걸리지 않는

것처럼 법은 높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조조의 경우처럼 스스로 한 말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아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하는데, 자기 꾀에 자신이 넘어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자가당착'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구속되어 괴로움을 당하게 됨을 이르는

'자승자박(自繩自縛)'과 비슷한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조조의 경우 보다 5백여 년 전 전국시대의 법가

사상가이자 정치인 상앙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의

일화가 전해진다.

 

상앙은 기원전 4세기 진()나라 효공 때 중국 서쪽

변방의 후진국이던 진나라의 부국강병의 토대를

이룬 인물이다.

 

  

상앙의 강력한 법치 개혁정책으로 진나라는

안정된 모습을 갖춰가는 듯 보였지만, 그는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왕족과 귀족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상앙의 개혁정책을 강력하게 밀어주던

진왕 효공이 죽고, 태자가 왕위에 오르자 귀족들은

상앙이 반란을 꾀한다고 모함하였고, 왕은 상앙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상앙은 도망을 가다가 어느 객사에 이르러

하룻밤을 묵으려 했는데, 상앙을 몰라본 여관 주인은

"상앙이 만든 법에 따르면 여행 허가증이 없는 사람을

재워줄 경우 연좌제로 벌을 받는다."며 상앙의 투숙을

거절했다.

 

 

그러자 상앙은 “아, 내가 만든 법의 폐해가 나에게까지

미치는구나.”라고 탄식하였다.

결국 상앙은 진나라 군대에 체포되어 거열형(車裂刑)

처해져 죽었는데, 거열형 또한  그가 만든 법에 나오는

잔혹한 형벌이었다.

 

 

여기서 '작법자폐(作法自斃)'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이는 자기가 한 일로 인하여 자신이 고난을 받게 되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자승자박'과 같은

의미라고 하겠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내 제 1당인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고려해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휘두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년 4월 총선에서 혹시라도 정국의 구도가

여대야소로 바뀌게 되면 '자가당착' 또는 '자승자박'이

되어 후회 할 일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