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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조나라 조괄 장군의 '지상담병(紙上談兵)'

물아일체 2024. 1. 11. 00:00

기원전 3세기, 고대 중국 전국시대의 일이다.

강대국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기 위해 출병했다.

양측의 군대는 장평에서 맞섰다.

 

 

조나라에서는 염파 장군으로 하여금 진나라 군대에

대적하게 했다.

염파의 조나라 군대는 진나라 군대가 여러 차례 싸움을

걸어와도 응전하지 않고 성을 굳게 지키기만 했다.

 

그런데, 조나라 효성왕은 조급하고 식견이 없는

인물로, 빨리 성과를 내라고 닦달했지만 염파 장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염파 장군은 진나라 병사들이 먼 길을 왔기에 보급이나

피로도의 측면에서 시간을 끄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초조해진 진나라는 조나라 명장 염파를 제거하지 않으면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해 첩자를 풀어 진나라가

두려워하는 것은 염파 장군이 아니라 조괄 장군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그러자 진나라의 이간질에 넘어간 조나라 효성왕은

수비만 한 채 나가 싸우지 않는 염파 장군을 파면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으려 했다.

 

 

이에 재상 인상여가 반대하며 말했다.

“왕께서는 이름만으로 조괄 장군을 쓰시려고 하는데,

조괄은 다만 그의 아버지가 남긴 병법에 관한 책을

읽은 것뿐으로 임기응변을 모릅니다."

 

조괄은 조나라의 명장이었던 조사 장군의 아들로,

소년 시절부터 병법을 배워 천하에 병법가로서는

자기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자부했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 조사도 함께 병법을 토론했을 때

아들 조괄을 당해 내지 못했다.

그러나 조사는 아들을 칭찬한 적이 없었다.

 

조괄의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묻자, 조사는 걱정스레

말했다.

“전쟁이란 죽음의 땅인데, 괄은 그것을 가볍게 말한다.

조나라가 괄을 장군에 임명하는 일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 애가 장군이 된다면 조나라 군대를 망칠 자는

조괄이 될 것이다.”

 

효성왕은 재상인 인상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임명해 장평으로 보내고 염파 장군을

불러들였다.

조괄이 장군으로 임명되자 그의 어머니는 왕에게

글을 올려 아들이 장군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지 말 것을 간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조괄은 장평에서 진나라 백기 장군의 유인책에

넘어가 대패했고, 무려 40만의 병사가 몰살당하고

말았으니 이것이 전국시대 가장 잔인했던 장평대전이다.

 

 

장평대전은 고대 중국 전쟁사에서 단일 전투로는 가장

많은 병사가 죽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때부터 조나라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상은 한나라 무제 때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나오는 내용으로, 인상여가 왕에게

했던 "조괄은 다만 그의 아버지가 남긴 병법에 관한

책을 읽은 것뿐으로 임기응변을 모릅니다."라는 말에서

‘지상담병(紙上談兵)’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지상담병'이란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한다'는

뜻으로, 실제의 일에는 밝지 못하면서 탁상공론만

일삼는 것 또는 이론만 알고 실전 경험이 부족하여

결국 일을 망치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군사훈련이란 실제로 병력과 장비를 운용하며 최대한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실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권에서는 9.19 남북

군사합의 등 남북 관계를 고려해 한미 연합훈련을 실제

기동훈련으로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실시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볼 때 참으로 한심하고 위험천만한

처사로, 현대의 '지상담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죽하면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조차도 “한미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건 곤란하다.”며 우려를 표했을까

싶다.

 

정권이 바뀐 뒤 뒤늦게나마 잘못된 국방정책과

군사훈련이 제자리를 찾은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하겠다.

 

 

(필자의 졸저 '클래식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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