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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삼국지 제갈량의 '아심여칭(我心如秤)'

물아일체 2023. 9. 18. 04:00

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 제갈량의 말에서 유래한

'아심여칭(我心如秤 나 아, 마음 심, 같을 여, 저울 칭)'

나의 마음은 저울과 같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공평무사

해서 사사로운 감정이나 이익을 개입시키지 않고 법대로

처리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제갈량은 뛰어난 지략가이자 정치가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상벌을 공정하게 시행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위, 촉, 오, 삼국 가운데 촉()의 내부에는 형주 세력,

동주 세력, 익주 세력 등 큰 파벌이 세 개나 존재하면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다.

 

더구나 촉의 황제 유비가 이릉 전투에서 오나라 장군

육손에게 대패한 뒤 백제성에서 병사하고, 어린 아들

유선이 그 뒤를 이었지만, 아직 체제가 허약했다.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승상인 제갈량은 강력한

법치를 펴 공평무사하고 엄정하게 법을 시행했다.

제갈량이 저울처럼 공평무사하게 상벌을 처리한 대표적인

예로는 측근 장수 마속의 목을 벤 것과 이엄을 징벌한

일을 들 수 있다.

 

 

제갈량이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출정했던

제 1차 북벌 때 가정전투에서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가

치명적인 패배를 초래한 측근 장수 마속을 참형에 처한

읍참마속(泣斬馬謖) 일화는 제갈량의 공평무사함을

밀헤주는 고사성어로 유명하다.

 

또한, 제갈량은 제 4차 북벌에 나서면서 이엄에게

군량을 보급하는 중책을 맡겼으나, 이엄이 이를

소홀히 해 군량이 부족해져 철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엄은 유비가 죽을 때, 제갈량과 함께 아들 유선을

잘 보좌해 달라고 당부했던 탁고지신이었지만

제갈량은 그 죄를 엄하게 물어 이엄을 삭탈관직하고

평민으로 강등시켰다.

 

그러나 조정의 관직에 있던 이엄의 아들 이풍에게는

아버지의 죄를 연루시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편지를 보내 위로하는 한편 아버지의 잘못을

거울로 삼으라고 격려했다.

 

 

제갈량은 평소에도 군진에서 곤장 20대 이상의 벌은

자기가 직접 처결할 정도로 매사에 공정을 기했다.
제갈량의 공정한 상벌 시행에 대해 정사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
제갈량은 충성을 다하고 보탬이 된 자는 비록

원수라도 반드시 상 주고, 법을 어기고 태만한 자는

비록 친한 자라도 반드시 벌을 주었다.

 

죄를 인정하고 실토한 자는 비록 중죄라도 반드시

풀어 주고, 헛된 말로 교묘히 꾸미는 자는 비록

가벼운 죄라도 반드시 죽였다.

선행이 작다 하여 상 주지 않는 일이 없었고, 악행이

작다 하여 문책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모든 일을 간결히 하여 그 근본을 다스리고, 명분에

따라 그 실질을 책임 지우며 헛된 것은 상대하지도

않았다.

 

마침내 나라 안의 모든 이가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경애하고, 형정이 준엄했으나 원망하는 자가 없었으니,

이는 그 마음 씀씀이가 공평하며 권하고 경계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로마 신화 속 정의의 여신의 이름인 유스티치아

(Justitia)에서 '정의'라는 뜻의 영어 단어 '저스티스

(Justice)'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은 개인 간의 다툼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게

제재를 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 권세 등의 단어에 쓰이는 한자 '권()'은 '저울',

'저울추' 또는 '저울질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저울은 거래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물건이다.

그럼에도 권력과 권세를 가지고 편법, 탈법을 저지르고

특혜를 누림으로써 공정성을 해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혈연, 지연, 학연을 배격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공직자에게 '아심여칭'은 무엇보다 소중한 덕목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아심여칭'의 자세로 업무를

처리한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필자의 졸저 '클래식 클래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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