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전국책>은 기원전 1세기 한나라의 학자 유향이
고대 중국 전국시대에 활동한 유세가들의 말과 글,
일화 등을 엮어 만든 역사서이다.
기원전 770년, 주나라가 견융족의 침입으로
호경에서 뤄양으로 천도한 때로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기원전 221년까지의 시대를
중국 역사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른다.
여기에 쓰인 '춘추'와 '전국'이라는 명칭은 공자가
엮어 만든 <춘추>와 유향이 지은 <전국책>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기원전 314년, 연나라에 내란이 발생하자 이웃한
제나라가 공격해와 땅을 뺐었다.
군주의 자리에 오른 연 소왕은 내란을 평정하고 잃었던
땅을 찾고자 인재를 찾는 공고를 냈다.
그러나 별 성과가 없자 연 소왕은 곽외라는 사람을
불러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곽외는 연 소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에 말을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는데, 그는 천금을
주고서라도 좋은 말을 구하려 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이에 불만에 차 있는 임금에게 한 관리가 아뢰었습니다.
'이 일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 임금께서 반드시 좋은
말을 구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임금이 그에게 일을 맡기자 관리는 명마를 구하러
길을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로부터 좋은 말을
찾았다는 연락이 오자 임금은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관리는 좋은 말을 데려온 것이 아니라
수레에 말 뼈다귀를 잔뜩 싣고 돌아왔습니다.
임금이 관리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관리가 대답했습니다.
'좋은 말을 찾아서 사려고 했는데, 그만 그 말이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죽은 말의 뼈다귀를 5백금을 주고
사온 것입니다.'
관리의 말을 들은 임금은 매우 화가 나서 관리를
꾸짖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말인데, 무슨 소용이
있다고 죽은 말의 뼈를 5백금이나 주고 사왔느냐?'
그러자 관리가 다시 대답하였습니다.
'전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5백금을 낭비한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죽은 말의 뼈를 아주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사람들은 전하께서 살아 있는 말은
그 보다 훨씬 더 좋은 값으로 살 것이라고 믿고
명마를 가지고 올 것입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의 말대로 궁궐 담장 밖은
사람들이 끌고 온 명마들의 울음 소리로 시끄러워졌고,
임금은 마음에 드는 명마 여러 필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왕이 명마를 구하고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구할 수 없었던 것은 명마를 가진 사람들이 왕이
과연 제값을 지불하고 명마를 사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자신의 명마를 내놓는 것을 주저했던
때문이다.
이야기를 마친 곽외가 연 소왕에게 말했다.
"이제 왕께서 어진 선비를 구하려 하신다면 저 외부터
시작해 보시지요."
그러자 연 소왕은 곽외를 스승으로 삼고 황금대를 지어
극진히 모셨다.
과연 재능이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곽외가 왕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나가자 각지의
인재들이 앞을 다투어 연나라로 모여들었고,
덕분에 연 소왕은 나라를 강성한 제국으로 일구어
지난 날 제나라에 빼앗겼던 땅도 되찾았다.
곽외가 연 소왕에게 들려준 이야기에서 유래한
'천금매골(千金買骨)'은 천금을 주고 말 뼈다귀를 샀다는
뜻으로, 인재를 얻고자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천금시골(千金市骨)이라고도 한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뛰어난 인재가 선뜻
오지 않는 까닭은 자신을 우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그보다 못한 사람을 먼저 잘 대우해주면
된다.
'천금매골' 고사는 죽은 말 뼈에 거금을 주어 명마를
구한 것처럼,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아랫사람을 믿어주는 믿음과 신뢰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일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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