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는 진시황제를 모시는 환관 책임자로,
기원전 209년 제국을 순시하던 도중에 일어난
시황제의 죽음을 감추고 음모를 꾸며
진(秦)나라의 몰락을 가져온 인물이다.
시황제가 사망할 당시 큰 아들 부소는 승상 이사가
주도한 분서갱유를 반대했다가 북쪽 변방에 유배되어
있었다.
시황제는 부소에게 보낼 유언이 담긴 조서를 남겼는데,
조고는 이사와 함께 부소의 왕위 계승을 막기 위해
가짜 조서를 만들어 부소를 자결하게 한 뒤,
어리숙한 막내 아들 호해로 하여금 제위를 잇게 했다.
호해가 2세 황제로 즉위하자 조고는 승상 이사를 비롯한
시황제 시대의 권신들을 차례로 제거하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다.
어느 날 조고는 한편으로는 신하들 가운데 누가 자신의
권력행사에 방해가 되는 인물인지 색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2세 황제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사슴 한 마리를 황제에게 바치면서
“폐하, 이것은 말(馬)이옵니다.”라고 하였다.
2세 황제는 웃으면서 "승상이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사슴을 보고 말이라니?" 하며 의아해했다.
이에 조고는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시다면 좌우의 신하들에게 하문하여 보옵소서.”
2세 황제가 신하들에게 물으니 신하들 중 몇몇은
사슴이라고 했지만, 많은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가
두려워 그것이 말(馬)이라고 대답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신하를 눈여겨보았다가
은밀하게 처단해 버렸다.
그 후로는 아무도 조고의 잘못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 일화에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이는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 한다.'는 뜻으로,
아랫사람이 권세와 거짓말로 윗사람을 농락하며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을 묘사하는 고사성어다.
일본에는 '빠가야로(馬鹿野郞)'라는 욕이 있다.
직역하자면 '말과 사슴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놈'이라는 뜻인데, 이 욕이 '지록위마'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어 흥미롭다.
한편, 이런 일이 있은 후 조고의 위세와 횡포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고, 2세 황제는 허수아비가
되었다.
그러나 농민반란인 진승오광의 난이 일어나고
옛 제후국들이 부흥하자 조고는 2세 황제 호해 마저
살해한 후, 호해의 죽은 형인 부소의 아들 자영을
왕위에 앉혔다.
얼마 후 조고는 자신이 전권을 장악하려 자영까지도
제거하려 했지만 음모가 발각되어 자영에 의해
주살당하고 말았다.
한편, 2세 황제 호해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자영은 얼마 후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입성한
항우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진나라는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공자는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고 하여
소인 곧 간신의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500년 넘게 지속된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끝내고
통일제국을 이뤘던 진나라가 불과 15년 만에
멸망한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지록위마'로
군주와 국정을 농락한 환관 조고가 그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流芳百歲 遺臭萬年 (유방백세 유취만년)
아름다운 이름과 그 향기는 백 년을 가고,
더러운 이름과 그 악취는 만 년을 간다.
지금 이 나라에도 정치 초보 대통령을 상대로
'지록위마'의 농단을 부리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와 사익을 챙기는
파렴치한 정치인이 없는지 국민 모두는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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