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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삼국지 조자룡과 '간뇌도지(肝腦塗地)'

물아일체 2022. 10. 7. 06:45

조자룡은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무장으로,

자룡(子龍)은 그의 자()이고, 본명은 조운(趙雲)이다.

그는 8척의 큰 키에 준수한 외모를 지녔으며,

무예가 뛰어났는데, 특히 창을 잘 써 관우, 장비, 황충,

마초와 함께 촉의 ‘오호대장군(五虎大將軍)’으로 불렸다.

 

조자룡은 원래 북평 태수 공손찬의 부하 장수였으나,

유비 휘하로 들어와 조조와의 전투에서 여러 번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성격이 원만하고 후덕하여 관우, 장비 보다도

오히려 조자룡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겹겹이 쌓인 조조군의 포위망을

뚫고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해오는 장면을 보면 가히

명불허전이다. 

 

 

후한 말 207년, 형주 자사였던 유표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 유종이 전권을 승계했으나, 심약한 그는 곧

조조에게 항복하고 만다.

 

이에 그 동안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던 유비는

당장은 조조와 정면 대결이 무리라고 판단해

식솔과 백성들을 이끌고 강릉으로 피난길에 오른다.

 

그러나 물산이 풍부해 군수품 창고와도 같은 강릉을

포기할 리 없는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유비 일행을

추격했다.

 

유비는 장판파에서 조조의 군대에 포위되었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아들 아두와 미부인은

합류하지 못하고 낙오되고 말았다.

이에 조자룡은 혈혈단신 적진으로 달려가 신기에 가까운

창술을 뽐내며 마침내 아두를 구해 와 주군 유비에게

바친다.

 

그런데 유비는 아들이 살아 온 것을 기뻐하기는커녕

"이 아이 때문에 훌륭한 장수를 잃을 뻔했구나!"라고

탄식하면서 포대기에 쌓인 아두를 땅바닥에 집어 던졌다. 

 

 

리더는 아랫사람을 중시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두를 땅바닥에 던진 유비의 행동이 비록 의도된

쇼라고 하더라도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훌륭한

연출이라고 하겠다.

 

이 광경을 본 조자룡은 유비가 자신을 그렇듯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감탄하여 "소장이 비록 간뇌도지(肝腦塗地)

할지라도 주공의 은공은 다 갚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충성을 다짐한다.

 

조자룡이 말한 '간뇌도지'는 참혹한 죽음을 당하여 간과 

뇌수가 땅바닥에 널려 있다는 뜻으로,  전쟁의 참상을

비유하거나,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여 충성을 다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한편, 장판파의 싸움이 격렬하다 보니 조자룡은 자신의

창이 무뎌지고 부러지자 적군의 헌 칼을 빼앗아

휘두르며 포위망을 뚫고 나왔는데, 여기서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이는 거침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말인데,

요즘 들어 우리 언론에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한다."는 말을 인용하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띈다.

 

그런 기사의 대부분은 국회에서 거대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정부와 여당을 몰아 부치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관한 것들이다.

 

조자룡은 자기가 모시는 주군인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하겠다는 충성심에서 목숨 걸고 헌 칼을 휘둘렀는데,

지금의 거대야당은 누구를 위해 그처럼 칼을 휘두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느 칼럼의 필자가 지적한 것처럼 분명 국민을 위해

그러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 칼의 주인은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