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삶의 지혜와 즐거움!
고전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삼국지 마량, 마속 형제 관련 고사성어

물아일체 2022. 10. 4. 07:05

삼국지에는 마량과 마속, 두 마씨 형제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 마씨 형제는 마현, 마강, 마진, 마량, 마속 등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이들의 자()는 백상, 중상,

숙상, 계상, 유상 등으로, 모두 상()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어 사람들은 이들 형제를 가리켜 '마씨오상

(馬氏五常)’이라 불렀다.

 

고대 중국에서는 보통 형제가 태어난 순서대로 자를

지을 경우 백()-중()-숙()-계()-유()의 순서로

하고, 그 다음에 돌림자 형식으로 한 글자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고려하면 계상 마량은 마씨 오형제 가운데

넷째였으며, 유상 마속은 막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씨 형제는 모두 재주가 뛰어났으나, 그 중에서도

눈썹에 흰 털이 난 마량이 가장 뛰어났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백미(白眉)'라고 부르며 "마씨오상

백미최량(馬氏五常 白眉最良)"이라 칭찬했다.

 

여기에서 유래된 '백미'라는 고사성어는 흰 눈썹이라는

뜻으로, 같은 또래,  같은 계통의 많은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사람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품이나 물건을

지칭할 때도 '백미'라 부르게 되었다.

 

고사성어 '백미'의 주인공 마량은 후한 말 삼국시대  

촉나라의 인물로, 적벽대전 후 유비에게 등용되었으며,

정사 삼국지는 마량이 정직하고 성실하며 훌륭한

선비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량은 형주에서 관우를 보좌하기도 했는데,

삼국지연의에는 번성을 공격하다가 팔에 독화살을 맞은

관우가 마취도 하지 않은 채 화타에게 수술을 받을 때 

그와 바둑을 두었던 상대로 묘사되고 있다. 

 

마량은 제갈량과도 호형호제 할 정도로 친분이 깊었고,

이런 인연은 제갈량이 마량의 동생 마속을 측근으로

늘 곁에 두는데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량은 유비가 관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고,

형주성을 되찾겠다며 나선 오나라 원정에 참가했다가

이릉대전에서 유비 군대가 대패할 때 죽었다. 

 

 

제갈량이 유비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나라를 공격하는 1차 북벌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제갈량은 전략상의 요충지 가정성을 지킬 장수로  

마속을 보내면서 가정의 길목을 지켜 적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마속은 적을 끌어들여 역습을 하려다가 도리어

사마의 군대에게 포위를 당해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채 참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제갈량은 어쩔 수 없이 군대를 돌려야만

했고, 1차 북벌은 무위로 끝나게 된다.

제갈량은 군령을 어기고 패전한 책임을 물어 마속에게

참수형을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제갈량은 법을 엄정히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었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읍참마속(泣斬馬謖)'으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의미이다.

 

마속을 처형한 제갈량은 유비가 죽기 전에  

"마속은 '언과기실(言過其實)'한 사람이니 중요한

자리에 쓰지 말라."고 했던 유언을 떠올리고는

마속에게 중책을 맡겼던 자신의 실수를 후회했다. 

 

'언과기실'은 말이 실제보다 과장된다는 뜻으로,

말만 앞세우고 실력이나 행동은 그 말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이른다.

   

뛰어난 웅변력과 달변은 듣는 사람을 감동시켜

많은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마속과 같이 말만 앞세우고 실행력이 없을 때는

커다란 후과(後果)를 초래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각종 SNS와 방송을 통해 현란한 말솜씨와

글솜씨를 뽐내는 인사들이 있는데,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이 했던 말과 글이 부메랑이 되어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이처럼 언과기실한 사람들에게는 '삼사일언(三思一言)'

이라는 옛 문장이 좋은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 말을 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말은 늘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