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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고사성어를 만든 사람들 / 방총의 '삼인성호(三人成虎)'와 가짜뉴스의 위력

물아일체 2022. 9. 26. 09:10

기원전 1 세기 중국 한나라 때의 학자이자 관료인

유향이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모은 ‘전국책

(戰國策)’에 실려 있는 일화이다.

 

 

           < 철석 같은 신뢰도 무너뜨린 삼인성호 >

 

위나라 혜왕 때의 일이다. 
위나라는 조나라와의 싸움에 져서 태자를 인질로 보내게

되었는데, 함께 갈 수행원으로 중신 방총이 선정되었다.
 
방총은 조나라의 수도 한단으로 떠나기 전에 위 혜왕을

알현하고 대화를 나눴다. 

 

“지금 어떤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아뢰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그 말을 어찌 믿겠는가.”

“또 한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게 사실인가 하고 반신반의하겠지.”

“세 번째 사람이 와서 다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아뢴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세 사람이나 와서 호랑이를 보았다는데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에 방총은 애당초 저잣거리에는 호랑이가 없음에도

세 사람이 말하니 호랑이가 만들어집니다.

신이 조나라로 떠난 뒤, 저에 대해 참소하는 사람이

세 명만은 아닐 것입니다.

부디 그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마소서.” 하고

부탁하니 위 혜왕은 “안심히라. 나는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것만을 믿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총이 조나라로 떠나자 그가 걱정했던 대로

위나라 조정에서는 방총에 대한 모함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훗날 인질이 풀려 귀국한 것은 태자뿐이었고,

방총은 위 혜왕의 의심을 받아 다시 조정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세 사람이

짜고 호랑이를 만든다는 뜻으로, 근거없는 거짓말이라도

자꾸 말하면 사실로 믿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유언비어를 퍼뜨려 상대방을 중상 모략하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 자식 마저 의심하게 만든 증삼살인 >

 

'삼인성호'와 비슷한 맥락의 '증삼살인(曾參殺人)'

고사성어도 있다.

증삼은 공자의 수제자로, '대학'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증자의 본래 이름이다.

 

어느 날 그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인 증삼이라는 자가

살인을 했다.

증자를 아는 사람이 그 살인범을 증자로 착각해 

증자 어머니에게 달려가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알렸다.

 

그러나 두 번째 사람이 증자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할 때까지 어머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베 짜던 일을 

계속했지만, 또 한 사람이 와서 고하자 증자 어머니는 

베틀에서 내려와 도망을 갔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 증자가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어머니였지만, 세 번째 사람이 

전하는 말에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대판 '삼인성호'나 '증삼살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인터넷과 각종 SNS는 물론 일부 언론을

통해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특정인과 사회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심한 경우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고,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하며,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가짜뉴스의 위력은 엄청나다.

 

박근혜 정권 말기의 탄핵정국과 문재인 정권 말기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가

당시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해 난무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는 회복할 수 없는

기왕지사가 되고 말았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방해하는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묘하게 행해지는 다양한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에 보다 강력하고 엄중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