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신화에 나오는 바쿠스는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만드는 방법을 인간에게 전해준 술의 신이자 축제의
신, 생산과 풍요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디오니소스라고 불린다.
올림포스의 제왕신 제우스는 테베 왕의 아름다운 딸
세멜레와 바람을 피워 임신을 하게 만들었고,
이에 질투심을 느낀 제우스의 부인 헤라는 세멜레를
죽게 한다.
제우스는 죽어가는 세멜레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에 넣은 뒤 임신기간을
다 채운 후 태어나도록 했는데, 그 아이가 '두 번
태어났다'는 뜻을 가진 디오니소스이다.
"디오니소스는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익사시켰고, 전쟁의 신이자 군신(軍神)인
아레스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라는 말이 있다.
술이 바다보다도, 전쟁보다도 더 많은 사람의 삶을
망가뜨렸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술을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많은 화가들은 술의 신 바쿠스 또는
디오니소스를 다양한 모습으로 그렸다.
(1)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바쿠스>
그림에서 바쿠스는 표범 가죽옷을 입고 있다.
표범 가죽은 바쿠스의 상징이다.
우아한 외모에 손가락을 쳐들고 있는 점이
역시 다빈치가 그린 낙타 털옷을 입은 <세례 요한>
그림과 비슷해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쿠스 얼굴은 모나리자의 경우처럼 뚜렷한 경계선을
쓰지 않고, 명암을 섬세하게 변화시켜 표현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해 미소의 신비로움을 주고 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산 다빈치는 양성애자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림에서 꽃미남으로 그려진 바쿠스는 그의
제자이자 연인을 모델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2) 티치아노 베챌리오의 <안드로스 섬의 바쿠스 축제>
티치아노는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이끈
베네치아의 대표 화가이다.
중앙 아래 부분의 여인이 한 손엔 플루트를,
다른 손으로는 남자가 따라주는 술을 받고 있는데,
무릎에 놓인 악보에는 “술을 맘껏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은 술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내용의 가사가
적혀 있다.
흰옷을 입은 남자의 높이 쳐든 포도주 병은 술에 대한
예찬이라고 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여인과 춤을 추는 남자의 손에는 포도넝쿨로
만든 화관이 들려 있는데, 이는 바쿠스가 쓰고 다니던
것이다.
티치아노는 축제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후유증도
재미있게 표현해 놓았다
화면 오른쪽 언덕에는 술에 곯아떨어진 한 사람이
드러누워 있고, 오른쪽 바닥에는 한 님프가 제 몸이
다 노출되는 것도 모른 채 널브러져 있다.
어린 아이도 술을 마셨는지 오줌을 누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3) 카라바조의 <젊은 바쿠스>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의 거장 카라바조의 그림이다.
젊은 바쿠스가 머리에 포도와 포도넝쿨을 두르고
포도주 한 잔을 관람자에게 권한다.
그 앞에는 과일 접시와 유리 포도주 병이 놓여 있다.
포도주의 붉은 빛깔은 피, 곧 생명의 원천을 떠올리게
한다.
앞에 놓인 과일 가운데 석류는 막 터지려고 하고,
사과는 오래되어 상한 것도 있는데, 이 과일들은
인생은 짧고 유한하다는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킨다.
(4) 카라바조의 <병든 바쿠스>
이 작품은 카라바조가 로마에서 가난과 술에 찌들어
힘든 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다.
풍요와 쾌락을 상징하는 바쿠스의 모습이 손톱에 때가
끼어 있는 병든 시골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어둠 속의 우울한 모습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미한
냉소를 머금은 바쿠스는 관람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을 반 쯤 벌리고 있다.
(4)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바쿠스>
플랑드르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의 그림 속
바쿠스는 영락없는 술주정뱅이다.
리얼한 휴머니즘이 배어 나오는 작품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비대해져 나태하고 미련해
보이는 몸과 탐욕이 가득 찬 눈, 그 모습 어디에서도
신으로서의 풍모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술잔을 채우고 있는 바쿠스의 모습은
술에 중독된 사람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보여진다.
(5)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바쿠스의 향연>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미술의 대표 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작품으로, 젊은 바쿠스와 농부들이 포도주 축제를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농부들 틈에 앉은 바쿠스가 한 사람에게 포도넝쿨로
만든 화관을 씌워주고 있다.
당시 농부들은 비천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벨라스케스는 그들을 힘겨운 노동을
이겨낸 신의 축복을 받을만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
중앙의 모자를 쓴 남자의 흥겨운 표정에서 보듯
낙천적인 분위기가 그림을 압도하고 있다.
바쿠스는 다른 인물들보다 훨씬 매끈하고 환한 피부를
가진 인물로 차별화되어 있다.
(6) 니콜라 푸생의 <디오니소스의 개선>
푸생은 고전주의 주제들을 많이 그린 프랑스 화가이다.
제우스의 부인 헤라의 미움을 받아 인도와 이집트 등
소아시아 지역을 떠돌던 디오니소스가 술과 축제의
힘으로 인간을 사로잡은 뒤 고향인 테베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들이 꽃미남으로
그려진 디오니소스의 전차를 끌고 앞으로 나아간다.
북적이는 행렬 속에는 팬 파이프를 부는 판도 있고,
아폴론의 솥을 훔쳐가는 헤라클레스도 보인다.
태양 신 아폴론은 저 멀리서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림 우측에 기대앉은 노인은 인더스 강의 신으로,
디오니소스가 한때 인도에 머문 사실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7)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숲 속의 바쿠스>
부그로는 프랑스 아카데미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그림은 바쿠스가 제우스의 부인 헤라의 박해를 피해
인도의 니사에서 양육되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신나게 춤을 추며 청춘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어린 아이까지 행렬에 끼어 흥겹게 어울리는데,
젊은 남자의 무등을 타고 탬버린을 흔드는 아이가
바로 술의 신, 축제의 신 바쿠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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