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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야기

명화 이야기 / 키스(Kiss)

물아일체 2021. 9. 8. 22:43

'키스'라는 말은 '껴안다'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쿠스(Kus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키스하는 소리는 대포 소리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메아리처럼

오래 남는다."

미국의 철학자겸 문학가인 올리버 W. 홈스가 한

말이다.

볼에 하는 키스, 이마에 하는 키스, 입술에 하는

키스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 안에 깃든 공통의

감정은 사랑일 것이다.

화가들은 이처럼 인간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고,

특별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키스의 순간을 작품에 담았다.

 

(1)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키스>

이탈리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운동인 리소르지멘토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 해석은 이탈리아 통일을 지원해준

프랑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보는 것이다.

중세 풍의 붉은 바지를 입은 남자는 이탈리아,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프랑스로 해석된다.
두 번째 해석은 전장으로 떠나는 의용군 청년과

연인과의 순수한 작별 인사로 보는 것이다.

조국의 통일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위해 전장으로

떠나는 청년과 그를 사랑하는 여인과의 애틋함이

묻어난다.

 

(2)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키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이탈리아 화가인 하예즈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몬태규 가문의 로미오가 실수로 캐플릿 가문 줄리엣의

사촌 오빠 티볼트를 죽인 뒤, 잠시 줄리엣의 곁을

떠나기에 앞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 키스는 그들 생전의

마지막 키스가 되고 말았다.

 

(3)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도둑맞은 키스>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회화의 거장인 프라고나르의

그림이다. 열정과 도발, 망설임이 교차하는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

여인은 두고 온 스카프를 챙기러 잠시 방에 돌아왔다.

탁자 위에 놓인 스카프의 한 쪽 끝을 잡고 서둘러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뒤쫓아 온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아 끌며 볼에 입을 맞춘다.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볼키스였지만, 그녀 역시

싫지 않은 반응이다. 그녀는 곁눈질로 옆방에 있는

사람들의 동향을 살핀다.

 

(4)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9세기말 프랑스 신고전주의 대표 화가인

장 레옹 제롬이 키프로스 섬에 전해오는 이야기의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백옥 같은 피부를 드러낸 누드의 여자와 초록색 옷을

입은 남자가 키스를 하고 있다.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감았고, 여자 역시 남자 어깨를

감싸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더없이 행복한 사랑의

표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의 엉덩이 아래부터 발까지의 피부는

마치 하얀 분칠을 한 듯하고, 여자의 발은 둥글고

하얀 석고판 위에 붙어 있다.

조각상이었던 여자가 조금씩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장면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엉덩이 아랫부분도

사람의 살결로 변하게 될 것이다.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형의 여자를 조각한 뒤, 그 조각상을 보며

사랑에 빠졌다.

그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축제일에

이 조각과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간절한 기도에 아프로디테는 소원을 들어주었고,

조각상은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

피그말리온은 그녀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는데,

정신을 집중해 어떠한 것을 간절히 소망하면 불가능한 

일도 실현된다는 의미이다. . 

 

(5)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첫 키스>

19세기 후반 프랑스 아카데미 회화를 대표하는

부그로의 그림이다.

두 아이가 구름 위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두 아이의 꿀 피부, 귀와 뺨의 붉은색, 순백색의

구름, 파란색 천의 색채 대비 효과와 사실적인

묘사 능력이 돋보인다.

날개 달린 남자 천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Eros)

이며, 나비 날개를 달고 있는 여자 천사는 우여곡절

끝에 에로스의 부인이 되는 프시케(Psyche)이다.

일반적으로 에로스는 육체적 사랑을, 프시케는 정신적

사랑을 상징한다.

따라서 에로스와 프시케의 키스는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조화를 통한 행복과 기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6) 툴루즈 로트렉의 <침대에서의 키스>

19세기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로트렉은 

귀족 출신이었지만 어릴 적 사고로 기형적인 외모를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배척을

당했다. 

그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들은 

몽마르트 뒷골목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들이었고, 

그는 이들과 가족처럼 지내면서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림에 많이 담았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두 사람은 연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둘 다 여자이다.

두 여인의 짧은 머리는 그들의 낮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 

당시 파리의 하류계층 여인들 사이에는 서로의 지친

육신을 보듬으며 정신적 위안을 얻는 레즈비언 관계가

유행했다.

19세기 후반 도시화가 진행되던 파리는 극심한 경제적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농촌에서 상경한 여성들이

급증했고, 많은 여성이 생계를 위해 매춘부로 길거리에

나섰다. 

로트렉은 그들의 모습에 자신의 불운한 삶을 대입했으며,

그러한 퇴폐적 사회 분위기를 작품에 반영했다.

 

(7) 오귀스트 로댕의 <키스>

조각사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 조각가로 평가 받는

로댕의 1904년 작품이다.

조각의 소재인 대리석이 주는 차가움과 작품 속

연인들의 뜨거운 정열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라는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프란체스카는 첫눈에 반한 말라테스타 가문의 차남

파올로를 연모하면서도 두 가문의 이익을 위해

장남 조반니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

형수와 시동생이 된 프란체스카와 파울로는 서로의

마음을 애써 숨기고 지내왔지만, 우연히 키스 장면이

묘사된 책을 함께 읽다가 자석처럼 이끌린 단 한번의

키스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달콤한 사랑도 잠시. 때마침 그 장면을 본

파울로의 형이자 프란체스카의 남편 조반니가

두 사람의 죽였고, 불륜의 죄를 저지른 두 사람은

지옥에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8) 구스타브 클림트의 <키스>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오스트리아의 화가

클림트는 상징적이고 몽환적인 작품으로, 여성의

관능미 표현에 뛰어난 화가였다.

 꽃이 만발한 들판 위에 금빛의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

두 남녀의 입맞춤을 그린 이 작품은 보고만 있어도

아슬아슬한 입맞춤의 순간이 느껴진다.

 

(9) 신윤복의 <월야밀회>

혜원 신윤복은 단원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 풍속화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진다.

인적이 끊어진 골목길, 보름달이 비치는 담 그늘 아래

한 남자가 여인을 위압적으로 감싸 안고 있다.

차림새로 보아 남자는 관청의 무관인 듯 하고,

여인은 기생으로 보인다.

담 모퉁이에 비켜서서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여인은

그림 속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녀가 이 만남을 주선한 사람인지, 아니면 그림 속

남자와 또 다른 연인 관계인지는 확실치 않다.

대담한 묘사와 관능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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