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는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종교나 신화 속의
여인을 주로 대상으로 했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일반 여인들의 누드를 많이 그리게 되었다.
화가들이 여인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그리려 한 것은
무엇 보다 여인의 아름답고 이상적인 신체를 묘사하려는
화가 본연의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목욕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때를 씻어버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삶을 더욱 새롭고 즐겁게
해주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기에 화가들은
자주 그림의 소재로 삼았던 것 같다.
(1) 렘브란트의 <목욕하는 밧세바>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다윗 왕은 어느 날 우연히 한 여인을 보고 마음에
들어 왕궁으로 불러 동침을 한다.
그 여인은 지금 전쟁터에 나가 싸우고 있는 장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였다
얼마 후 밧세바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다윗은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전투가 치열한 곳으로 보내
전사하게 만든다.
밧세바는 과부가 되었고, 다윗은 곧 그녀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니 그 둘째 아들이 솔로몬이다.
그림에서 밧세바는 궁으로 들어오라는 다윗의 편지를
들고 있다.
밧세바는 풍만한 여체에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으나,
남편인 우리아를 배반해야 하는 운명에 슬픔이 깃들어
있고, 늙은 하녀는 정성스레 밧세바의 발을 닦아주고
있다.
(2)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수산나와 두 노인>
젠틸레스키는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화가로,
서양 미술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화가이다.
그림은 성경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수산나와 두 노인을
묘사하고 있다.
바빌론에 살던 수산나는 하느님을 섬기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남편인 요아킴은 부유하고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
그의 집에는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재판관이었던 두 늙은 장로도 있었는데,
이들은 수산나의 미모에 반해 음욕을 품었고,
어느 더운 여름날, 집 정원에 목욕하러 나온 수산나를
몰래 훔쳐보다가 그녀를 겁탈하려 했다.
수산나가 강하게 거부하며 소리 지르는 바람에 하인들이
달려 나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늙은 재판관의 음모로 수산나는 간통죄를
뒤집어쓰고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이때 예언자 다니엘이 나타나 그녀의 결백을 밝히고,
거짓 증언으로 죄 없는 여인을 죽이려 했던 장로들이
오히려 처형을 당한다.
젠틸레스키는 이 그림을 그린 이듬해 자신의 스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젠틸레스키와 그녀의 아버지는 범인을
고발해 법정에 세웠고, 각고의 노력으로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실제로 형이 집행되지는 않았다.
(3)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터키탕>
프랑스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앵그르가 그린
<터키탕 >은 대표적인 오리엔탈리즘 화풍의 작품이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이슬람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하던
18 - 19세기의 예술 사조를 이르는 말이다.
퇴폐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앵그르의 <터키탕>이
걸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사각 캔버스가 아니라
원형 캔버스에 그렸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열쇠구멍을 통해서 은밀히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여 여인들의 몸매를 더욱 관능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원형 캔버스를 사용한 것이다.
(4)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여인의 도자기같이 매끄러운 피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지만 유려한 곡선미와 몸에 내리쬐는
빛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단순한 구도와 배경은 신체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고
정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머리에 쓴 터번은 이 여인이 이슬람 국가의 하렘
출신임을 암시한다.
'발팽송'은 이 그림을 처음 소유했던 사람의 이름이다.
(5) 에드가 드가의 <목욕하는 여인>
발레리나를 묘사하는 그림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드가는
목욕하는 여인들 그림도 많이 그렸는데, 그 동작은 매우
다양하다.
목욕을 준비하거나, 목욕중인 여인도 있고, 목욕 후 몸을
말리는 여인도 있다.
드가는 이들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몸짓, 자세,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어 순간의 생생한 느낌을 실감나게 그렸다.
(6) 폴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세잔은 피카소의
큐비즘에 영향을 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다.
그는 200여 점에 이르는 목욕하는 사람들 연작을 통해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완벽한 융합을 이루고자
했다.
세잔의 이 그림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누드를 그리는
다른 화가들의 목욕 그림과 달리 남자들이 목욕하는
장면이다.
자연 속에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목욕을 하는 원초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7) 폴 세잔의 <목욕하는 여자들>
목욕을 하기 위해 벌거벗은 여인들의 몸은 전혀
에로틱한 분위기가 풍기지 않는다.
하나같이 표정이 없는 얼굴은 인물에 대한 개성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세잔에게 중요한 것은 구도였다.
캔버스 좌우에 그룹을 지어 모여있는 여인들은
그들 뒤의 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삼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다.
또한 자연과 인물 모두 연한 파랑과 초록, 밝은
황갈색을 써 자연과 인물이 시각적으로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
(8)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목욕하는 사람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여성들은 하나같이 푸근하고 풍만한
몸매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야외 강가에서 목욕을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소녀들을 그린 것이다.
화면 전면부에 등장하는 세 명의 소녀들의 표정에
즐거움이 넘친다.
소녀들의 풍만한 진주빛 육체는 마치 빛나는 듯하며
사랑스러움을 극대화시키고, 넘치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르누아르는 소녀들의 아름다운 육체를 강조하기 위해
마치 가위로 오려 붙인 듯한 뚜렷한 윤곽선으로 배경과
인물을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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