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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야기

명화 이야기 / 십자가에서 내리심

물아일체 2021. 9. 19. 22:28

중세 이후 기독교적 가치관이 정착되면서 화가들은

기독교 정신의 구현과 숭고한 신앙심을 담은 작품을

많이 그리게 되었다.

'수태고지', '예수의 탄생', '십자가에 못박히심'의 주제와

함께 많이 다루어진 또 하나의 주제가 <십자가에서

내리심>이다.

 

특히, <십자가에서 내리심>은 사람의 아들 예수와

믿음의 대상인 예수 사이에서 그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의 갈등과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의

비탄 등이 맞물려 좋은 예술적 소재가 되었다.

 

(1)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십자가에서 내리심>

베이던은 15세기 플랑드르 최고의 화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베이던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의 모습을

요철 모양의 화면 틀로 구성하고, 그 안에 여러 인물

군상을 마치 작은 무대 속의 연기자들처럼 다양한

자세와 표정으로 그려 넣었다.

대부분의 인물이 십자가와 함께 수직으로 배열된 가운데,

늘어진 예수의 몸과 비통해하는 짙푸른 옷의 마리아는

비스듬한 사선으로 그려져 있다.

왼쪽 붉은 옷을 입은 예수의 제자 사도 요한과

오른쪽 끝 보랏빛 옷차림의 막달라 마리아는 크게 보면

괄호 모양을 이루고 있다.

마리아의 옷자락을 밟고 선 사도 요한의 발과 발가락,

마리아의 늘어진 손, 해골, 옷의 화려한 문양과 주름

등에서 플랑드르 화가 특유의 정교함이 느껴진다.

 

(2) 카라바조의 <십자가에서 내리심>

카라바조는 빛을 이용한 극적인 구성과 사실주의

표현 기법으로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 미술 탄생에

크게 기여한 이탈리아 화가이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의 다리를 잡고 있는 사람은

제자 니고데모이다.

숨을 거둔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제자의 힘들어하는

모습이나 시선, 빨개진 코, 나이든 어머니의 모습으로

표현된 성모 마리아, 예수의 검은 발바닥 등 사실주의

양식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3)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리심>

17세기 플랑드르 바로크 미술의 대표 화가 루벤스가

그린 이 작품은 동화 '플랜다스의 개'를 통해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진 그림이다.

 

'플랜다스의 개'의 배경이 되는 벨기에 안트베르펜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는 루벤스의 그림들이 많이 있다.

화가를 꿈꾸는 주인공 소년 네로의 소원은 성당에

걸려있는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리심>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은 평소에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은화 한 닢을 내야만 볼 수 있다.

가난하고 어린 네로에게 그것은 큰 돈이었다.

 의지하던 할아버지 마저 세상을 떠난 어느 겨울 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성당의 열린 문으로 들어간

네로와 파트라슈는 꿈에 그리던 그림을 보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림을 가리고 있던 커튼이

잠시 열려 있었던 것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그림을 감상한 네로는 사랑하는  

파트라슈를 끌어안은 채 성당의 차디찬 바닥에서

숨을 거둔다는 것이 동화의 내용이다..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리심>은 역동적이면서도

화려한 감각을 잘 보여준다.

흰색 세마포와 예수님의 시신이 화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며 놓여 있다.

화면 속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동작으로

예수의 시신을 내리는데 동참하고 있다.

바닥에는 예수의 머리에서 벗겨낸 피 묻은 가시

면류관이 놓여있다.

요한이 입은 붉은 색 옷은 예수의 새로운 부활을

예고하는 듯 강렬하다.

예수의 어머니를 포함한 세 명의 마리아도 슬픈

표정으로 함께 하고 있다.

 

(4) 렘브란트의 <십자가에서 내리심>

빛의 마술사, 빛과 어둠의 화가로 불리는 렘브란트는

네덜란드 미술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렘브란트가 그린 <십자가에서 내리심>은 루벤스의

작품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렘브란트의 작품은 가톨릭적인 루벤스의 눈에 띄는

화려한 색채보다는 신교도들의 검소함에 걸맞은

매혹적인 빚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렘브란트의 신비한 빛은 주인공인 예수와 그를 싸는

깨끗한 세마포, 그리고 십자가에서 예수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을 은은하게 비춘다.

어둠 속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은

루벤스 작품 속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마리아와는

차이가 있다.

루벤스 작품의 근육질 예수와는 달리 렘브란트의

그림에는 힘없이 무너진 예수의 모습이다.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죽음을

훨씬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5) 피터르 반 몰의 <십자가에서 내리심>

 오늘날의 벨기에에 해당하는 안트베르펜 출신의 화가

반 몰이 17세기 중엽에 그린 작품이다.

작품 전체에서 비교적 넓은 면을 차지하는 예수의

밝은 중심부를 둘러싸고 주변은 어둡게 처리되어 있다.

역광을 받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옆모습은 깊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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