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은 화가가 자기 자신을 모델로 그리는
초상화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수시로 셀카를 찍는 것처럼
화가들도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흔히 모델료가 없는 가난한 화가들이 궁여지책으로
자신을 모델 삼아 그리기 시작한 데서 자화상의
유래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자화상은 자신의 참모습을 남기고 싶어하는
화가의 내면적 욕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사람은 살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묻게 되는데, 이러한 물음과 관련된 화가 자신의
내면의 성찰을 담은 그림이 곧 화가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 양식을 처음으로 북유럽에
전파한 뒤러는 '독일 미술의 아버지' 또는 '북유럽의
다빈치'라고 불린다.
뒤러는 서양 미술사에서 최초로 자화상을 예술의
한 장르로 정착시킨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르네상스가 태동하기 전 중세의 화가라는 직업은
석공이나 구두 수선공과 비슷한 화공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름 없는 화공이기를 거부한 뒤러의 자존감은
그가 남긴 자화상에 짙게 배어있다.
뒤러의 많은 자화상 가운데서도 최고의 걸작은 1500년,
28살 때 그린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이다.
이 자화상에는 그의 화가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절정을 이룬다.
화려한 모피 코트를 차려 입은 화가는 정면을
응시한 채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심장을 가리키고
있다. 마치 예수를 연상케 하는 자화상이다.
(2) 렘브란트의 <자화상>
빛의 마술사, 빛과 어둠의 화가로 불리는 렘브란트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의 황금시대를 연 화가이다.
모두 70여 장에 이르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그의
얼굴에 대한 철저한 기록이며, 회화적 자서전이자
흘러간 시간에 대한 심오한 성찰로 인정받고 있다.
렘브란트의 생애는 부귀와 영광, 가난과 비애가 점철된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젊은 시절 잘 나가던 렘브란트는 불행히도 아들과
부인을 먼저 보내고, 말년에는 파산까지 하는 불우한
노년을 보냈다.
행복과 달관, 슬픔, 고독과 인간적 고뇌의 흔적들이
담겨 있는 자화상들은 그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3)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영혼의 화가, 빛의 화가로 불리는 고흐는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다.
고흐는 자화상을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도구로
삼았던 화가이다.
아를에서 고갱과 다투고 자신의 귀를 자른 직후 그린
자화상이나, 정신적 발작이 심했던 생래미 정신병원에서
그린 자화상에서도 초췌한 외모와는 달리 눈빛만은
강인한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고흐가 권총 자살로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에 그린
자화상으로, 그가 남긴 자화상 가운데 가장 결연하게
자신을 나타내려 한 비장한 결심이 엿보인다.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는 눈과 꼭 다문 입술에
고흐의 정신이 역력히 나타나있다.
(4) 에드바르 뭉크의 <지옥에서의 자화상>
<절규> 작품으로 유명한 뭉크는 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대표 화가이다..
뭉크는 어렸을 때 부모와 동생이 잇달라 죽었고,
자신 또한 병약해 평생을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지냈으며, 이는 그의 그림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뭉크의 <지옥에서의 자화상>은 표현주의적인 기법과
강렬한 색채, 관람객을 응시하는 눈, 그리고 뒤편에
피어 오르는 어둡고 커다란 그림자 등을 통해
지옥 속에 떨어진 자아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5) 마르크 샤갈의 <일곱 손가락의 자화상>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샤갈은 러시아 비테프스크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일곱 손가락의 자화상〉은 샤갈이 처음 파리에 왔던
26세 때 그린 자화상인데, 색과 형태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
그로테스크하고 전위적인 작품처럼 보이면서도,
화가 특유의 천진난만한 동심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림 곳곳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왼쪽 창가에는 현재 자신이 있는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이 보이고, 오른쪽 상단에는 고향 마을인
비테프스크의 풍경이 구름에 둘러싸여 있다.
뚜렷한 이목구비, 커다란 눈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이 엿보인다.
팔레트를 잡은 오른손과는 달리 캔버스를 가리키는
왼손 손가락은 일곱 개인데, 샤갈은 "다섯 손가락이
아닌 일곱 손가락을 통해 상식이 파괴된 세계를
의식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6)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부러진 기둥>
칼로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그린 20세기 초 멕시코의 대표적 여성 화가이다.
7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게 되었고,
18세 때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평생 30여 차례의
수술을 받기도 했는데, 사고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그의 작품 세계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칼로가 척추 수술을 받은 직후에 그린 자화상
<부러진 기둥>이다.
그녀의 몸통은 등을 압박하고 지지해주는 벨트로
둘러싸여 있고, 부러진 이오니아 기둥이 그녀의
척추를 대체하고 있다.
그녀의 몸을 꿰뚫는 못은 그녀가 직면한 끊임없는
고통을 상징한다.
(7) 윤두서의 <자화상>
공재 윤두서는 윤선도의 증손이자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이다.
숙종 때 진사 시험에 합격했으나, 해남 윤씨 집안이
속한 남인 계열이 당쟁 심화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벼슬을 포기하고 일생을 학문과 시서화로 보냈다.
국보 제240호로 지정된 윤두서의 자화상은
세밀하면서도 개성이 있는 걸작으로 꼽힌다.
윤두서는 "터럭 한 올이라도 같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조선의 정통 초상화론을 증명이라도 하듯,
안면의 윤곽선과 수염의 필선 묘사에 집중했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에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힘이 있고, 선비다운 기개가 충만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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