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말한다.
중세인들에게 예수와 마리아를 그리거나 조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십계명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소수의 성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맹이던 시절, 성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이나
조각은 ‘문맹자의 성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었다.
성모자상의 주인공은 당연히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이지만, 세례 요한 또한 주연급 조연으로 자주
등장한다.
세례 요한은 성모 마리아의 사촌 언니인 엘리사벳의
아들로, 낙타 털옷을 입고 나무 십자가를 든 모습으로
그림에서 표현되고 있다.
(1) 로베르 캉팽의 <벽난로 앞의 성모자상>
로베르 캉팽은 15세기 플랑드르의 사실주의 화가이다.
이웃집 아줌마처럼 다소 뚱뚱한 모습의 마리아가,
섬세하게 그려진 여러 가지 기물을 배경으로
아기 예수에게 젖을 물리려 하고 있다.
플랑드르 화가들은 성공한 상인, 즉 그림 주문자의
가정 안에 성모자를 그려 넣곤 했다.
마리아의 머리 뒤에 있는 둥근 왕골 가리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리아의 후광을 대신하고 있다.
마리아가 기대고 있는 의자의 모퉁이에는 사자상을
그려 넣어, 솔로몬이 앉았다는 사자상 장식 의자를
연상시킨다.
오른쪽 탁자에는 미사 때 사용하는 성배가 보인다.
(2) 보티첼리의 <세례 요한과 함께 하는 성모자>
보티첼리는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아름답고 우아하고
고혹적인 모습으로 그려, 숭고한 신앙심과 경건한
감사의 마음보다는 예쁘고 아름답다는 세속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
아기 예수 뒤에는 세례 요한의 모습이 소년처럼
그려져 있다.
세례 요한은 예수 보다 불과 6개월 먼저 태어났지만,
화가들은 필요에 따라 그러한 차이를 무시한 채
표현하기도 했다.
(3) 조반니 프란체스코 펜니의 〈베일을 잡고 있는 성모〉
성모가 잠든 아기 예수의 머리 위로 베일을 가만히
벗겨 내고 있다.
낙타 털옷을 입고 나무 십자가를 든 세례 요한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 있다.
배경에는 폐허가 된 건물들의 잔해가 보이고,
원근법에 따라 더 멀리 도시의 풍경이 흐릿하게
그려져 있다.
(4)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성모자상>
티치아노는 16세기 베네치아 미술계를 이끈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이다.
녹색 휘장이 드리워진 전경에는 고통과 열정의 색인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앳된 모습의 마리아와 포동포동
살찐 모습의 아기 예수가 파란 망토가 펼쳐진 의자에
앉아 있다.
미래에 다가올 고통과 수난이 두려운 듯 엄마 마리아를
향해 안기려는 아기 예수와, 아기를 껴안는 성모의
모습에서 따뜻한 모정이 느껴진다.
(5)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마돈나>
1513년경에 그려진 라파엘로의 이 작품은 수많은
성모자상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중앙에 자신의 아들 예수를 희생하여 인류를 구원한
성모가 표현되어 있으며, 성모와 아기 예수가
화면 밖의 정면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듯한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림 속의 성모는 신비로운 천상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 세계의 어머니와 같은 편안한 이미지이다.
그림 앞 부분 하단에 그려진 두 명의 귀여운
아기 천사 푸토 또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6) 라파엘로의 <의자의 성모>
라파엘로가 로마에서 명성을 날리던 1514년경에
제작한 작품이다.
딱딱한 사각형 액자에서 벗어나 둥근 액자 안에
성모자와 아기 세례 요한의 모습을 조화시켰다.
화면 가득 인물이 차 있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앙증맞고 탐스러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다.
세례 요한이 그를 상징하는 낙타 털옷을 입고
뒤로 약간 물러나 있는 동작은 화면에서 공간감을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훗날 세 사람이 겪어야 할
수난을 예고한다.
(7)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아기 예수는 부모 사이에서 천진난만하게 재롱을 떠는
모습이다.
성모의 왼쪽 팔은 어깨와 겨드랑이까지 살이 다 드러나
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성모 마리아의 남편
요셉까지 함께 있어서 야외에 소풍 나온 평범한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보는 듯한 분위기이다.
요셉의 모습은 마리아의 순결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나이 보다 늙어 보이는 노인으로 그려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8)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
이 장면은 성모 마리아와 어린 예수가 이집트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동굴에서 세례 요한과 만났다는
성서 외경의 내용을 주제로 한 것이다.
녹색 망토의 성모 마리아는 왼손을 들어 요한에게
아기 예수를 소개한다.
이에 성모의 오른팔에 감싸 안긴 어린 세례 요한은
두 손을 모아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어린 예수는
오른손을 들어 요한을 축복한다.
예수의 곁에 있는 붉은 망토의 천사는 유리엘이다.
(9) 로렌초 로토의 <성모자와 성인들과 천사>
베네치아 출신 화가 로토가 1529년에 그린 작품이다.
빛은 밝은 색의 도움을 받아 인물의 얼굴과 옷 주름을
부각시키고 있다.
큰 나무의 줄기와 그루터기에 기대어 앉은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성인들에게 보이고 있다.
아기 예수는 경전을 잡으며 성인들에게 강복하고 있고,
천사는 성모자의 머리 위에 작은 꽃을 뿌리고 있다.
녹색 옷을 입고 경전을 두 손으로 받쳐든 성인은
카타리나이다.
왼쪽에서 성모자와 성녀 카타리나의 시선을 받으며
기도하고 있는 성인은 토마스이다.
(10)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화환 속의 성모자>
17세기 플랑드르 바로크 시대는 풍요로움과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이 시기에 인물 표현에 능했던 화가
루벤스가 섬세하고 아름다운 꽃 그림의 대가인
얀 브뤼헐과 협업으로 그린 작품이다.
성모에게 안긴 아기 예수는 루벤스 특유의 토실토실한
모습이다.
성모는 아기 예수가 훗날 당할 수난을 알고 있는 듯
살며시 고개를 떨어뜨린 채 우수가 깃들어 있지만,
아기 예수는 자신의 운명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듯
당당하게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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