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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야기

명화 이야기 /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물아일체 2021. 8. 15. 20:45

수태고지는 누가복음 1장에 나오는 내용으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의 집에 찾아와 예수 잉태를

알리는 장면이다.

유럽 인구의 대다수가 문맹이던 시절, 그림은 성서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수태고지는 예수의 탄생 일화이자, 신의 아들인 예수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얻게 되는 첫 순간이기 때문에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서양 미술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 왔으며, 많은 화가들이 마리아와 가브리엘의

표정과 동작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1)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

교회의 권위가 최고조에 달하던 중세시대의 그림으로,

화려하고 엄숙하게 그려졌다.

천사들에게 둘러싸인 비둘기가 마리아를 향해 성령을

불어넣고 있으며, 그 아래 놓인 화병에는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이 꽂혀 있다.

가브리엘의 날개는 공작의 날개로, 공작은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는 곧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며, 가브리엘의 손과 머리에 있는 올리브나무

가지는 승리를 상징한다.

가브리엘이 전하는 “은총이 가득한 이여,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라는 말이 황금빛 배경에 새겨져 있다.

마리아는 몸을 비튼 채 한 손으로 망토를 끌어당겨

감싸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천사의 출현과 혼전 임신

소식을 전해 듣고 당혹해 하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2)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안젤리코는 수도사이자 화가로, 그림을 그릴 때는

기도를 올리고 무릎을 꿇고 그렸다고 한다.

안젤리코의 수태고지는 1426년경의 작품으로,

가브리엘과 마리아가 두 손을 포개서 몸에 붙이고

있는데, 이는 순종을 의미하는 태도이다.

가브리엘이 전하는 말과 마리아의 대답이 글자로

쓰여져 있는데, 가브리엘의 말은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은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라는 내용이며, 마리아의 대답은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이다.

그림 왼쪽 위에는 하느님의 손이 보이고, 거기에서

나온 빛이 마리아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 빛 가운데에 흰색 비둘기가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성령을 상징한다.

역시 그림 왼쪽에는 추방당하는 아담과 이브를 그려

인간의 원죄를 표현하고 있다.

 

(3) 얀 반 에이크의 <수태고지>

15세기 플랑드르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 얀 반 에이크의

그림으로, 가브리엘과 마리아가 마치 육각형 받침대 위에

올라선 대리석 조각처럼 정교하게 그려졌다.

왼쪽의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향해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라는 말이

사각형 액자 윗부분에 라틴어로 새겨져 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마리아의 대답 역시

액자 윗부분에 쓰여 있다.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가 기도서를 읽고 있던 마리아의

머리 위에 그려져 있다. 

 

(4)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

 다빈치가 젊은 시절인 1475년에 그린 것으로,

그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천사 가브리엘의 날개는 진짜 새의 날개처럼 깃털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그렸고, 두 사람의 옷과

발 밑의 꽃, 건축물의 표현 등 세부 묘사가 매우

디테일하며, 배경은 원근법을 적용해 흐릿하게

처리했다. 

 

(5) 산드로 보티첼리의 <수태고지>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보티첼리의 수태고지는

S자 곡선의 역동적인 동작을 취하는 마리아가 눈에

들어온다.

 가브리엘의 얼굴과 손은 뭔가를 청유하고, 마리아는

당황해 하며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천사에 놀라 두 손을 뻗어 경계하는

마리아 앞에 천사 가브리엘이 순결함을 상징하는

백합을 들고 몸을 낮추며 마리아를 진정시키고 있다.

 

(6) 로렌조 로토의 <수태고지>

1535년의 작품으로, 보통의 수태고지에서 느껴지는

엄숙함이나 신성함 대신 지극히 인간미가 느껴진다.

마리아와 천사 가브리엘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정면, 즉 관람객을 향하고 있다. 

 이제 막 방안으로 들어온 가브리엘 천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은 위로 높이 치켜든 채 주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마리아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천사의

출현에 화들짝 놀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문 위쪽에는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하느님이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7) 엘 그레코의 <수태고지>

1600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노란 빛에 싸인 성령의

비둘기가 천상과 지상을 나누고 있다.

성령의 비둘기 바로 아래로 천사들의 머리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하다.

 천사들의 형체는 구름과 이어지다 끊어지길 반복하며

관람자들을 경외심에 휩싸이게 한다.

오른편의 가브리엘 천사가 내려와 마리아에게 수태를

고지하고 있고, 이에 마리아는 다소 놀란 모습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다.

 

(8)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수태고지>

루벤스는 오늘날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일부 지역에

해당하는 플랑드르 출신으로,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거장이다. 

 붉은 커튼이 드리운 어두운 침실에서 기도서를 읽고

있던 마리아가 갑작스런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과

수태고지에 놀란다.

여느 성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후광이 없고,

마리아의 순결의 상징인 물병과 백합도 보이지 않는다

천사의 날개 위로는 겉옷자락이 펄럭이고 있을 만큼

동적인 느낌을 준다.

 

(9)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수태고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로제티가 1850년에 그린

수태고지는 놀란 마리아가 벽에 기대어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태고지라는 전통적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작은 방 안에 나타난 천사 가브리엘은 꼿꼿하게 서서

마리아에게 백합을 내밀며 그녀의 잉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흰 옷을 입고 있는 마리아는 잠에서 막 깨어난 듯,

몹시 얼떨떨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10)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수태고지>

 영국 화가 워터하우스의 1914년 작품이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세가

아니라, 오히려 마리아가 무릎을 꿇고 천사를 맞이하고

있다.

마리아는 한 손으로는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만지고 있는데, 처녀 잉태에 따른 이성과 감성

두 측면에서의 당혹스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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