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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상

적폐청산? 아름다운 복수, 기억하되 용서한다.

물아일체 2025. 1. 16. 00:00

역사를 보면 은혜를 갚기 위해 목숨을 사람은

눈에 띠지 않지만, 복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람들은 많았다.

중국 속담에 “은혜와 원수는 대를 물려서라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은혜 뿐만 아니라 원한도

잊지 말고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은 예로부터 복수가 일상화하여 인기 드라마나

영화, 무협소설 등의 밑바탕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은원관(恩怨觀)이 깔려 있다.

불멸의 역사서 사기를 쓴 사마천은 한나라 무제 때

흉노 정벌에 나섰다가 항복한 이릉 장군을 변호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았고 죽음보다

치욕스럽다는 궁형을 당해야 했다.

 

사마천은 사기에 다양한 복수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인간의 본성을 통찰함으로써 자신의 한과 울분을

글로 되갚는 '문화복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 오자서의 일모도원과 굴묘편시 >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일모도원

(日暮途遠)몸이 늙어 목표를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굴묘편시 (掘墓鞭屍)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을

한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도를 넘는 지나친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일모도원과 굴묘편시 두 고사성어는 복수의 화신으로

일컬어 지는 오자서로부터 유래되었다.

초나라 평왕 때 오자서는 모함을 받아 아버지와 형이

죽는 등 멸족의 위기에 처했고오자서만 천신만고 끝에

오나라로 탈출해 평생을 가문의 원수를 갚는데 바친다.

 

오자서는 마침내 오나라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해

수도를 함락시키고 이미 죽은 평왕의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 삼백 번의 매질을 가하는 굴묘편시로 복수를 했다.

 

친구인 신포서가 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비난하자

오자서는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

 

사마천은 오자서에 대해 “작은 의리를 버리고 큰 치욕을

갚아 그 이름을 후세에 남겼으나, 참으로 비정하다”고

하면서도 고초를 이겨 공명을 이룬 대장부라고 높이

평했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의

오자서의 집념과 복수에 대해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오자서의 집념은 죽는 순간까지도 계속되었다.

오나라 왕 부차가 모함에 빠져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하자 오자서는 오나라가 망하는 모습을 지켜

보겠다며 자신의 눈알을 빼내 성문 위에 걸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했다.

 

< 오 부차와 월 구천의 와신상담(臥薪嘗膽) >

 

땔나무 위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의미의

와신상담은 원수를 갚으려 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으로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춘추시대 오왕 합려가 월왕 구천을 공격하다가

대패하고 전사하자 아들인 부차는 가시가 많은

장작 위에서 잠을 자며 복수를 다짐했고 

결국에는 구천을 굴복시켰다.(臥薪,와신)

 

이때 굴욕을 당한 월왕 구천 역시 오나라 회계산에서

겪은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쓰디쓴 쓸개를

핥으며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했고 드디어 부차를

자결하게 만들어 복수에 성공한다.(嘗膽,상담)

 

< 손빈과 방연의 마릉전투 >

 

전국시대 손빈과 방연은 귀곡 선생 밑에서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였다.

방연은 자신이 손빈 보다 아래라는 사실에

항상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방연은 먼저 위나라에 출사하여 장수가 되어 손빈을

초빙했다.

이는 손빈이 위나라의 적국이던 제나라에 기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방연의 음모로 손빈은 비형에 처해져 앉은뱅이가

되었지만 진실을 몰랐던 손빈은 방연을 고맙게

생각해 자신이 알고 있는 병법서의 내용을 전수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방연의 흉계를 알게 되었고,

미치광이 행세로 방연의 의심을 피한 제나라로

탈출해 복수전을 펼치게 된다.

 

손빈은 방연을 유인하기 위해 쫓기는 하다가

마릉이라는 험지를 택해 군사를 매복시키고

나무에 "방연이 나무 아래서 죽는다

(龐涓死於此樹之下, 방연사 어차수지하)"라는

글을 새겨 놓았다.

 

방연이 밤에 마릉에 이르러 나무에 글씨가 있는 것을

보고 불을 켰는데 이를 신호로 제나라의 매복

군사들이 화살을 쏘아 위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방연을 전사케 함으로써 지난날의 원한을 설욕했다.

 

< 알렉상드로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와

관련된 고전 중 하나이다.

프랑스 마르세이튜 출신의 젊고 유능한 주인공

에드몽 단테스라는 선원은 능력을 인정받아 선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긴 항해를 마치고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약혼녀와의 결혼도 곧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결혼을 질투하는 사람과 선장으로의

출세를 시기한 사람들에의해 나폴레옹 지지자로

모함을 받아 당테스는 죄질이 나쁜 사람들과

정치범들이나 수용되는 외딴 섬의 지하 감옥에

수감된다.

 

수감된지 14년 만에 당테스는 탈옥에 성공하고,

옆방에 수감되어 있던 노인이 알려준 몬테크리스토

섬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당테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파리에 나타나 젊은 날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고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뜨렸던 사람들을 상대로

완벽한 복수극을 전개한다.

 

워낙 유명한 거전 소설인데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한 젊은 남자의

끔찍한 파멸과 극적인 부활, 그리고 처절한

복수라는 구성으로 독자들에게 감동과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주는 소설이다.

 

복수와 보복은 오늘날에도 개인과 개인은 물론

조직과 조직,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거의 교대로 정권을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여지없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보복이 자행된다.

 

보복과 복수 이야기는 듣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고

통쾌할 수도 있겠지만 필연적으로 다른 복수와

보복을 부르게 마련이므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져야 한다.

 

남아공 대통령이었던 만델라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백인으로부터의 오랜 차별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복수를 하지 않고 용서를

통해 화합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복수의 원한을 갖고 산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도

망치는 일이다.

순간의 복수를 위해 일생을 허비하지 말고,

용서를 통해 한을 풀어야 것이다.

기억하되 용서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복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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