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1900년 11월 8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1949년 8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죽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라는
단 하나의 작품만을 남긴 채 바람과 함께 사라진
미국의 소설가 마가렛 미첼의 묘비문이다.
최고의 베스트 셀러 작가의 묘비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허무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간결한 내용이다.
미첼은 1949년 8월 16일 저녁,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도중에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에 치어
마흔 아홉 살의 많지 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고,
고향인 애틀란타 오클랜드에 묻혔다.
미첼은 대학을 졸업한 뒤 얼마 동안 지방 신문에서
일했으나, 발목에 부상을 입어 신문사를 그만둔 뒤,
그녀의 유일한 작품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집필을 시작했는데, 소설을 완성하는 데는 무려
1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소설은 1936년에 출판되어 그때까지의 미국 출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소설은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1940년 아카데미상 10개 부분을
휩쓸기도 했다.
이렇듯 소설로도, 영화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품이지만, 하마터면 이 소설은 출판조차 되지
못할 뻔했다고 한다.
미첼은 완성된 소설 원고를 가지고 3년 동안 여러
출판사에 부탁을 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나중에는 원고가 다 헤어져서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가려던 유명한
출판사 사장을 쫓아가 간곡하게 "사장님, 여행하는 동안
이 원고를 딱 한 번만 읽어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출판사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원고를 받아 들고 가방에
넣었으나 일정이 바빠 원고를 읽지 못했다.
사장이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 "원고를 한 번만
읽어주세요." 라는 전보가 와 있었고, 몇 달 후에
또다시 "원고를 한 번만 읽어주세요."라는 전보가
왔다.
세 번째 전보를 받은 출판사 사장은 기차 정거장에서
간절하게 부탁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그제야 원고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기 시작한 출판사 사장은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 순식간에 원고를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바로 책을 출판했는데, 시판 첫 날에 5만부나
팔렸으며, 마가렛 미첼이 사망할 때까지 전 세계에서
8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를
무대로, 이기적이고 철없는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 역정을 담아낸 역사 로맨스 소설이다.
남북전쟁과 패전, 재건시대의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아름답고 강인한 스칼렛의 인생과 파란만장한
사랑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쟁으로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거나
떠났지만 좌절하지 않고 내일을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소설의 마지막 문장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Tomorrow is another day.)"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좌절하거나 포기할 것이 아니라,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주인공 스칼렛처럼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희망을 갖고 잠시 멈추었다가
새롭게 출발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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