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으고자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1910 - 1987년) 회장의
묘비문이다.
오늘의 삼성을 있게 만든 원동력인 이병철 회장의
인재 중시 경영철학을 표현한 문장이다.
용인 에버랜드 부지 내에 있는 이병철 회장의 묘
근처에는 삼성 인재 육성의 요람인 창조관과 호암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도 "자기보다 훌륭하고
덕이 높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 그런 사람들을
곁에 모아 둘 줄 아는 사람 여기 잠들다"라는 묘비문을
남겼는데, 이병철 회장과 카네기, 두 사람의 묘비문
내용이 인재 중시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삼성의 사훈 가운데 하나가 '인재 제일'이다.
1938년 대구에서 청과물, 소맥분 등을 유통하는
삼성상회를 설립하여 사업을 시작했던 이병철 회장은
인재 중시 경영을 통해 오늘날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이병철 회장의 인재 중시 신념은 1957년 민간기업 최초의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는데,
이 회장은 198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면접장에 들어갔으며, 채용에 대한
최종 결정을 직접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는 삼성의 면접시험 때는
이 회장 뿐만 아니라, 관상을 잘 보는 것으로 시중에
소문이 난 백 모씨도 참석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는데, 그 만큼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이 회장이 온갖 수단을 다 썼다는 반증일 것이다.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인 좋은 인재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조직의 성패는 결국 능력 있는 인재를
얼마나 모아서 잘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공자는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를 말고, 일단 썼으면
의심하지 말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맡겨
두라고 했는데, 이병철 회장은 공자의 이 말을 자신의
자서전에 인용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의 선발과 활용을
중요시했다.
이병철 회장의 인재 중시 경영의 화룡점정은 자신의
후계자로 장남이 아닌 3남 이건희를 선택해 육성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
육성 등을 통해 삼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킴으로써 이병철 회장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했음을 증명한 셈이 되었다.
爭天下者 必先爭人 (쟁천하자 필선쟁인)
'천하를 다투려는 자는 우선 사람을 다투라'는 말이 있듯,
오늘날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 명의 우수한 인재가 수천, 수만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를 맞아 이병철 회장의 인재 중시 경영에
고개가 숙여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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