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문은 치열했던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재치와 유머가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
조금은 엉뚱한 글귀의 묘비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 묘비문도 눈에 띈다.
다양하게 표현된 명사들의 묘비문을 통해
그들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와 그들의 삶을 살펴 본다.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단편인 '목걸이', '비계덩어리', 장편인 '여자의 일생'
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1850 - 1893년)의 묘비문이다.
모파상은 불과 10년 동안에 3백여 편의 단편소설을 써
미국의 오 헨리와 더불어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고 있다.
모파상은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서 직접 문학지도를
받았으며, 그의 소개로 에밀 졸라를 알게 되었고,
파리 교외에 있는 졸라의 저택에 자주 모여 문학을
논하던 당시의 젊은 문학가들과도 사귀게 되었다.
모파상은 1883년에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은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순진무구한 주인공 잔느의 성장과 결혼, 남편의
외도와 죽음, 빗나간 아들의 가출과 방황,
쓸쓸한 노년의 삶 등 인생 전체에서 느껴지는
허무와 고독을 그린 작품이다.
'여자의 일생'은 모파상의 명성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함께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이 낳은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톨스토이는 '여자의 일생'이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이후 가장 위대한 프랑스 문학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모팍상은 에펠탑과 관련된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프랑스는 1889년 개최 예정인 파리 엑스포를 기념
하기 위해 에펠탑 건립을 추진했는데, 모파상은
에펠탑이 파리의 풍경을 해친다며 건설을 극구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에펠탑이 완공된 후 어느 날 에펠탑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의아해 하며 그렇듯 신랄하게 비난하던
에펠탑에서 식사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모파상은 "이 곳이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곳이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모파상은 타고난 재능으로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비참했다.
다작으로 인한 피로와 복잡한 여자관계로 지병인
신경질환이 악화되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하였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파리 근교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는 정신 발작을
일으켜 42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쳤다.
그의 묘비에 새겨진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는 문장은
그가 정신병원에서 수없이 되뇌던 말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묘비문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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